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홍봉진 기자
판례에 비춰볼 때 김 원장이 의원 시절 갔던 직무상 출장이 '외유성'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뇌물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반면 정당한 목적의 출장이었음이 입증된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당시 KIEP가 한미경제연구소(KEI) 및 한미연구소(USKI)의 운영 등에 실질적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예산만 넘겨주고 있어 국회 차원의 개선 요구가 있었기에 현장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KIEP 출장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원했던 유럽 사무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대가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당시 김 원장과 피감기관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었던 만큼 외유성 출장 역시 뇌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감기관이 직무와 관련한 편의를 받을 목적으로 그 비용을 댄 것으로 판단된다면 충분히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1년 국회 상공위원회 소속 이재근 위원장 등 국회의원 3명이 피감기관인 자동차공업협회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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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 등은 협회에서 총 3168만원을 지원받아 9박10일간 북미 지역을 시찰했고 여행경비 명목으로 1만6000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원은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 이 위원장에게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3년 등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김 원장의 당시 출장이 외유성이 아니라 순수하게 공무적 성격이었다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 김 원장이 부당하게 유·무형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뇌물죄는 아니지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업무와 관련된 출장을 지원받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검찰은 박상은 전 의원이 한국선주협회 후원을 받아 해외시찰 명목으로 오만, 싱가포르 등 항구도시를 시찰한 것과 관련해 경비 3000만원 상당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2014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익단체가 참가비를 지원한 행사여도 민의수렴 업무와 관련돼 있는 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