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학교 아닌 '제3의 공간' 만들어 학교폭력 예방한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8.04.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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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작년 선정 2곳 조성 완료하고 새학기부터 본격 운영

집·학교 아닌 '제3의 공간' 만들어 학교폭력 예방한다


서울시가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정책의 하나로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에 선정된 2곳(광진구 용마초등학교, 동작구 영화초등학교‧영등포중‧고등학교)의 조성 사업을 마무리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학생 수가 서울시 평균에 2배에 달할 정도로 많지만 학교 주변에 방과 후에 아이들이 놀거나 활동할 만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광진구 용마초등학교에 기존 창고를 리모델링한 ‘아이앰그라운드(I AM GROUND)’라는 놀이‧창작 커뮤니티 공간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줌으로써 골목을 배회하거나 일탈하지 않고 다양한 놀이와 창작활동으로 또래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보드게임을 하거나 비치된 미술도구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뜨개질이나 캐릭터 그리기에 릴레이로 참여하면서 서로 몰랐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동작구 영화초등학교, 영등포중‧고등학교 인근에는 아이들이 모여서 소통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거점쉼터 3곳이 만들어졌다. 낙후된 통학로 곳곳은 조명과 밝은 느낌의 디자인을 입었다. 하나의 통학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3개 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공간이다.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상상접촉 이론’을 바탕으로 선후배가 참여해 서로를 위해 디자인 아이디어를 냈다.



영화초·영등포중·고등학교는 디자인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학교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아트프로젝트 '영라이트(YOUNG LIGHT)'를 진행했다.

동작구 영화초·영등포중·고등학교 일대는 재개발 등 도시계획사업 추진지역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도가 높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교육복지지표가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세 학교가 하나의 통학로로 이어져있어서 등하교시 학생들끼리 마주칠 기회가 많지만 근거 없는 오해나 소문으로 상급학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라이트(YOUNG LIGHT)’는 세 학교의 공통된 단어인 ‘영’을 젊은 빛, 반짝이는 아이들로 해석하여 어둡고 낙후된 통학로를 밝게 비추는 빛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브랜드이다. 영라이트 프로젝트는 각 학교의 출입문 주변에 휴게시설을 만들고 낙후된 통학로 곳곳에 조명과 디자인을 입혀 ‘아트스트릿’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서울시가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주장한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에 착안해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학교폭력예방디자인을 입혔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과 학교가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가운데 일탈이나 학교폭력 등을 우회적으로 예방하는 방식이다.

레이 올덴버그는 제1의 공간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공간인 집, 제2의 공간은 학습하고 배우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제3의 공간은 가정과 학교가 아닌 공간으로, 이 공간의 존재가 성공한 공동체의 공통점이라고 주장했다. 제3의 공간은 출입이 자유롭고 다른 사람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음식, 사람, 수다가 존재하는 소박하고 격식없는 공간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학교폭력예방디자인을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학교폭력 예방을 넘어 청소년 문제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해 추진할 예정이다.

김선수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내·외적 요인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디자인을 통해 올바른 청소년 문화 형성으로 학교폭력이 예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조례 제정에 힘입어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범죄예방, 치매예방 등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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