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기자
◇4國4色…평화와 세력균형 사이=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레드라인'(ICBM+핵탄두 탑재)을밟기 직전에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 중국까지 고강도 제재에 참여한 상황이었다. 레드라인을 넘어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구체화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체제보장이 불가함을 의미한다. 북한의 명백한 목표는 체제유지다. 핵과 경제지원·체제보장을 '주고 받는' 단계적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대편에 있다. G2의 일원으로 동북아 세력균형의 한 축을 유지해야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배제된 채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절대권력을 장악하고, 국제사회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분발유위·奮發有爲)고 나선 시 주석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쌍중단·쌍궤병행(雙中斷·雙軌竝行)을 앞세워 북한의 단계적 해결책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미군의 한반도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
◇'빠르고 과감한 중재' 포커스=문 대통령의 과제는 명확하다. 협상은 '중재'의 형식이어야 한다. 북핵을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이자,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공조를 단단하게 하면서도 북·중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결'을 일정부분 들어줘야 한다. '포괄적인 합의를 먼저 한 후,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이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문 대통령은 보다 압축적이면서, 과감한 합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수이기도 하다. 6자회담을 통한 9·19 공동선언(2005년), 남북 간의 2·13 합의(2007년) 등이 흐지부지된 것은 지나치게 많은 단계를, 천천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수준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결과를 낸다면, 후속 협상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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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처음부터 협상 테이블을 지나치게 넓힐 필요는 없다는 계산도 있다. 남북미 간 합의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 북미 사이의 교집합을 빨리 도출해 북한이 겪고 있는 체제위기(경제·군사)를 반전시켜줄 국가는 미국 밖에 없음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핵을 확실히 포기한 만큼, 확실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증해줄 필요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단 몇 달 사이에 비핵화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제일 큰 것은 북미 간 대화다. 북미가 비핵화와 안전보장과 같은 핵심 현안의 본질적 문제들을 놓고 큰 틀에서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