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제주 대표 수제맥주 도전하는 20대 토박이들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8.04.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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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제맥주에 취하다-스타트UP스토리]⑦강규언·문성혁 제주지앵 대표 "맥주 마시러 제주 찾게할 것"

편집자주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강규언 제주지앵 대표/사진제공=제주지앵강규언 제주지앵 대표/사진제공=제주지앵


"'제주소주'하면 한라산 소주잖아요. '제주맥주'하면 제주지앵이 생각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맥주페스티벌 GKBF(Grand Korea Beer Festival). 2시간30분의 대기줄을 자랑했던 업체가 있었다. 제주도 토박이 고등학교 동창 강규언·문성혁(29) 대표가 함께 만든 수제맥주 '제주지앵'이다. 맥주에 감귤을 섞어 '감귤맥주'를 선보인 제주지앵은 이날 축제 하루에만 3000잔, 1000리터의 맥주 판매 기록을 세웠다.

강 대표는 감귤맥주를 만든 계기에 대해 묻자 "운명처럼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제주대 생명공학과에서 식품·발효를 전공한 강 대표가 교내 '맥주실험실'에서 우연히 '감귤맥주'를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문 대표는 강 대표의 감귤맥주 맛에 단박에 꽂혀버렸다. 자신들의 정체성인 '제주' 지역색을 살린 것도 매력이었다. 문 대표는 "무조건 팔아보자"며 사업을 제안했다. 2014년 강 대표의 레시피가 문 대표의 추진력을 만나 제주지앵이 시작됐다.



처음 맥주를 선보인 것은 제주대 교내 축제였다. 마침 학교축제와 일정이 맞아 테스트도 할 겸 맥주를 선보였다. 하지만 맥주를 아무리 시원하게 팔아도 돌아오는 반응은 미지근했다. 강 대표는 "개성을 살리자니 소비자들을 잡아두기 어려웠고, 개성을 버리자니 수제맥주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절충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처음부터 재료 특성과 양조법을 다시 공부했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페일에일 버전인 '헤비'와 에일 버전인 '라이트'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고비는 계속됐다. 강 대표는 "겨우 발품을 팔아 양조시설을 마련했지만, 기껏 만든 맥주 2000리터를 통째로 버린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같은 레시피를 사용했지만 맥주실험실과 양조시설에서 탄생한 맥주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장비의 미묘한 차이로도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강 대표는 "계속 실험하고 레시피를 바꿔보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제주지앵/사진제공=제주지앵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제주지앵의 감귤맥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GKBF를 통해서다. 잔에 감귤을 꽂아 판매하는 전략이 SNS에서 통했다. 강 대표는 "GKBF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간 제주지앵의 사진이 5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며 "입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청년 두 명이 아무리 뛰어다녀도 기다리는 손님은 줄지 않았고, 준비한 맥주는 금방 동나버렸다. 강 대표는 "정신없었지만 황홀했던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첫해부터 '대박'을 친 제주지앵은 매년 GKBF에 참가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지앵 두 청년 대표들의 올해 계획은 서울 유통이다. 현재 제주지앵을 맛보기 위해서는 제주도에 와서 맥주가 납품되는 펍이나 식당에 가야한다. 제주지앵은 오는 5월 예정된 GKBF 이후 서울에 본격적으로 유통을 계획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버스킹 같은 인디 문화를 접목해서 제주지앵 펍(pub)도 만들 계획이다. 강 대표와 문 대표는 "열심히 하다 보면 진짜 시원한 제주지앵을 먹고 싶어서 제주도에 찾아오는 사람도 생기지 않겠냐"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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