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기자](https://orgthumb.mt.co.kr/06/2018/04/2018040513367611234_1.jpg)
"아마도."(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방미를 앞두고 미국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웃으며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햄버거를 먹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했던 것을 언급하며 나눈 대화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진짜 바라는 것은 체제 유지에 대한 확신"이라며 "겉으로는 핵프로그램을 내세우지만 깊은 곳에서는 대화를 원할 것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적으로 김 위원장을 접촉한 것만 두 번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함게 했고, 방북 예술단 역시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이 최근 파격적으로 방중을 하며 국제무대에 사실상 데뷔를 한 것 역시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두 차례의 김 위원장과 접촉에 모두 동행했다. 윤 실장은 매일 오전 9시 문 대통령과 '티타임'을 나누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베일에 싸였던 김 위원장과 직접 접촉하며 얻은 사소한 정보, 이를테면 식사 습관이나 대화 방식 등 까지, 모두 향후 협상에 귀중하게 쓰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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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유머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하는 데 능하다고 본다. 대북특사단에게 자신이 해외에서 '로켓맨'으로 불리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투의 언급을 했고, 방북 예술단에게는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북한식 유머'를 썼다. 대북특사단을 노동당 본부 현관문에서부터 기다리는 등 '배려'를 앞세우고, 접견 1시간 만에 비핵화 언급 등 6가지 항목에 합의하며 '통 큰'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동시에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협상을 준비하는 모습 역시 포착되고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베이징행 기차를 탄 것은 북핵 '몸값 높이기'를 위한 고도의 수로 파악된다. 북한 체제보장 및 평화체제 구성을 언급한 '베를린 구상'과 같은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역시 상세히 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특사단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전에 해당 이슈에 대해 "이해한다"며 선수를 치는 모습도 보였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전략적인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진행할 협상의 종착점은 '신뢰 관계' 구축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협상은 약간의 신뢰라도 있어야 가능한 법이지만,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현재 100%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 것은 아니다.
남북 지도자 간 굳건한 신뢰가 확립됐다는 것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합의됐음을 의미한다. 길게 보면 북미 간 핵협상의 최종 타결까지도 필요한 부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서도 교환하고 특사도 교환하면서 두 정상 간에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믿고 있다"며 "향후 협상에서 파트너 간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