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2018.04.05 05:40
글자크기

['文케어 저지' 내건 '닥터케어'] (종합)

편집자주 의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가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돼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뽑힌 의사협회장을 선봉에 세워 국민건강을 볼모로 파업투쟁까지 나설 기세다.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나선 진짜 이유는 뭘까.


'1.4조 초음파' 사수에 '파업' 위협하는 의사들

['文케어 저지' 내건 '닥터케어']①비급여, 급여전환에 6.6조…의사들에겐 수입원

[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평균 연소득 1억6000만원인 의사들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간판격인 초음파 급여화가 시작되자 집단 저항에 나섰다. 주요 수익원인 비급여 청산이 본격화되자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를 향해 고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이달중 몇 차례 휴업을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사들의 저항이 갑자기 세진 건 초음파 급여화가 지닌 상징성과 파장이 그만큼 커서다. 복지부는 3800여개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데 6조5635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이 중 초음파만 20%인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단일 비급여로는 최대 규모다. 그만큼 환자 부담도 컸다. 초음파 급여화가 문재인 케어의 핵심으로 통하는 이유다.



의사들은 상복부 초음파가 급여 대상이 되면 건강보험이 허용하는 일정 횟수 이상 초음파 검사를 받지 못하게 돼 결국 환자가 손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면에 전략적 판단이 숨어 있다고 본다.

[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이번에 급여화가 시작된 상복부는 간, 담낭, 담도, 췌장, 비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연간 진료비는 2500억원 정도다. 전체 초음파 검사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발이 심한 건 내년 급여지급이 예정된 자궁, 신장, 난소 등 1조원대 초음파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본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 저지는 내년으로 다가온 대형 초음파 검사 시장을 비롯해 전체 비급여 시장을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뜻"이라며 "문재인 케어 전체를 방해하기 위한 선동적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를 끌어안으면서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정리했다. 그 전까지는 간, 담낭 등을 검사하는 데 병원별로 최저 1만원에서 32만2000원까지 편차가 극심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달부터는 병원별로 2만9000~5만9000원으로 표준화됐다.

[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로 의사들이 피해가 없거나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500억원 규모 상복부 초음파 비용을 보험 재정이 끌어안게 되면 이용 환자가 늘어날 거라는 계산이다. 복지부는 환자 본인부담금(1000억원 추정)을 더해 시장은 35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봤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급여 시행으로 환자 수가 늘고 진료비 시장도 커질 것"이라며 "의협은 반복검사와 단순확인 검사에서 본인부담율 80%가 적용되는 부분을 문제 삼지만 꼭 필요한 검사는 모두 보험적용이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읽어주는 MT리포트



의사들의 저항, 핵심은 '예비급여' 무력화

['文케어 저지' 나선 '닥터케어']②예비급여 과정에서 진료비 표준화

[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문재인 케어'를 마련하는데 급여와 비급여 사이 '예비급여'라는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비급여 항목을 예비급여 꾸러미에 모두 넣은 뒤 환자 편익과 진료비의 적정성 등을 따져 급여로 편입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의사들의 저항을 불러온 상복부 초음파가 예비급여 제도의 첫 산물이다. 정부는 상복부 초음파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모든 초음파 검사에 대해 보험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하복부 초음파 검사에도 급여를 적용할 예정이다.

의료계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본질적 배경에는 예비급여가 자리잡고 있다. 예비급여는 비급여를 환자부담 차등화(본인부담률 50%, 80%, 90%)를 통해 예비적으로 급여화하는 것을 말한다.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가 되면 그동안 병원 마음대로 정해오던 가격이 표준화 수 될 밖에 없다. 비싸게 가격을 받던 병원은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병원마다 비급여 의존도는 제각각이다. 같은 진료인데 비급여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에 따르면 상복부 초음파(간, 담낭, 담도, 비장, 췌장) 비급여 진료비는 최저 1만원(일반 검사 기준)에서 최고 26만7000원으로 26.7배 차이를 보였다.

다른 비급여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도수치료의 경우 5000원(최저)만 받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50만원(최고)을 받는 병원도 있다. 평균 13만1560원~17만1030원인 보조생식술(난임 시술)도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64만9000원까지 6.5배 차이가 난다. '자궁강내 정자주입술'은 최저 10만원부터 최고 51만3000원까지 차이가 5.1배에 이른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 테두리에 들어오면 표준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고액의 진료비를 받던 병원들은 단가가 떨어진다. 비급여는 환자 본인부담률이 100%여서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다.

예비급여를 거쳐 급여화가 진행되면 심평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평원은 급여기준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심사하고 기준을 벗어났을 경우 진료비를 삭감한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문재인 케어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과 그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들의 저항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극단적 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가 예비급여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 정부의 가격통제를 받게 된다"며 "결국 의료계는 가격통제로 인해 수입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승기 기자

☞읽어주는 MT리포트



월급쟁이 4.6배 '1.6억 연봉자'들의 생존투쟁

['文케어 저지' 내건 '닥터케어']③ 정부도 수가 인상 필요성 인정하지만 ‘적정수가’ 의견차 커

[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진료수가는 진료에 드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의사들의 수입도 포함된다. 수가가 올라야 의사들 수입도 오른다.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의료계는 수가 정상화를 강조한다. 원가 이하 진료비를 받으며 병원을 운영해오는 바람에 적자를 비급여로 메꿔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얼핏 의사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그럴까.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의사의 월평균 소득은 2011년 1006만7731원에서 해마다 평균 5.3%씩 증가해 2016년 1304만6639만원으로 뛰었다. 연소득으로 계산하면 1억5656만원이다.

지방에서 작은 의원을 운영하면 수입이 적을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100병상 미만(30병상~99병상) 규모 중소병원 의사 임금이 199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입원병상이 있는 동네의원은 월 평균 1917만원이었다. 100병상 이상 병원은 1613만원,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919만원, 867만원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 수입이 작았다.

다른 나라 의사들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수입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 280만원보다 4.6배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2015년 기준)에 따르면 월급을 받는 일반 개원의사의 평균 임금은 그 나라 근로자 평균 대비 1.6배(영국)~2.6배(칠레, 멕시코)에 불과했다. 직접 운영하는 개원의사 평균 임금 역시 1.9배(오스트레일리아)~4.1배(독일)로 한국보다 차이가 작았다. 전문의 자격을 따고 취업한 경우에는 1.5배(폴란드)~4.3배(룩셈부르크)였다.

정부는 전면 급여화 영향으로 의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가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의료수가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적정 수가가 얼마인지 산출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재료비, 인건비 등 원가를 조사해 적정 수가를 찾겠다는 생각이지만 의료계는 민감한 정보라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들이 자신의 인건비를 스스로 정한 뒤 그걸 원가라고 주장한다"며 "재료비 등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의사들 인건비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의대생 정원 확대도 반대한다. 시장 원리로 보면 의사 공급이 많아질 수록 의사 1인당 수입은 줄어든다. 국내 의대 졸업자 수는 10만명당 7.9명으로 OECD 평균 11.7명보다 적었다. 아일랜드(23.7명)나 덴마크(19.5명), 슬로베니아(17.4명) 등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의사가 부족한 나라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 3.3명이지만 한국은 2.2명이다.

정 교수는 "한국 의사 숫자가 부족한데도 의료계의 반대로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의사들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이들의 기대수준도 같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민승기 기자


'강경파' 대표로 뽑은 의사들, 정부 인사에도 '감놔라 배놔라'

['文케어 저지' 내건 '닥터케어']④최대집 차기회장 특수성에 의사들 주장 희석 전망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자유통일해방군' 상임대표이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이력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이하 회장)의 성향을 말해준다.

최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현 정권을 향해서는 "문재인 일당은 돼먹지 못한 놈들"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인을 두고는 '빨간 우의 타격설'을 주장했다. 의사들은 이런 그를 자신들의 대표로 세웠다.

최 회장은 자신의 정치성향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여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의협은 전문가단체다. 전문가단체의 대표가 의료와 무관한 정치 사회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회운동 관련 단체 대표자리도 사임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의사들의 '강성' 행동 요구는 엄연한 현실이다. 30%에 육박하는 높은 득표율이 말해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그가 추구하는 이념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보통의 의사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고 정부에 말이 통할까 싶어 선거에서 그를 찍었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다른 의사를 지지했다는 상급병원 교수는 투표 결과를 두고 "의사집단의 이미지가 잡배 수준으로 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한탄했다. 최 회장의 평범하지 않은 말과 행동은 양날의 칼이다.

보수단체 자유통일해방군 상임대표로 활동하던 시절 최대집 대한의협 차기 회장/사진=최대집 차기 회장 페이스북보수단체 자유통일해방군 상임대표로 활동하던 시절 최대집 대한의협 차기 회장/사진=최대집 차기 회장 페이스북
의사들의 선택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초점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전력을 모아야 하는데 지금의 최 회장 행보는 오히려 반대다. 집단 휴업 '가능성' 있는 날짜들을 특정한 뒤 정부를 향해 엄포를 놓는다거나 틈만 나면 파업을 언급한다.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여 만에 이번에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을 반대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아기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의사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친다. 의사집단에 대한 여론이 좋을 리 없다.

심지어 대화 테이블에 앉은 정부 공무원을 협상단에서 빼라고까지 한다. 회장에 당선되자마자 5개 요구사항을 복지부에 전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 보직변경이다.

손 과장은 의사 출신 공무원으로 최 회장과 서울대 의대 동문. 그는 뚜렷한 논리와 언변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요구가 통하지 않는다고 실무자를 협상단에서 빼라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최대집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손 과장이 너무 완강해 협상 파트너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며 "인사권을 가진 공무원에게 보직 변경을 요구한 것이지 우리가 인사를 낼 권한은 없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위기관리 전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의협 투표 결과가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 회장의 돌발적이고 극단적인 행동만 입방아에 오를 뿐 의협의 주장과 명분은 관심을 얻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특정 이념에 편향되고 과격한 성향의 사람이 조직을 대표하면 미디어는 그 사람의 성향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정부는 이 취약한 고리를 이용해 의협의 주장을 소수의 과격한 목소리로 깎아내리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민승기 기자


줄줄새는 건보료, 진료비 지불제도 개혁은 먼 얘기

['文케어 저지' 내건 '닥터케어']⑤"선진국 총액예산제, 한국 병원풍토에선 엄두도 못내“

[MT리포트] '평균 연소득 1.6억' 의사들이 파업 하겠다는 이유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우려의 핵심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훼손이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는데 추가로 드는 돈이 2022년까지 30조6164억원(누계)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로 연간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돈이 올해부터 많아지기 때문에 적자구조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크다. 건보공단 내부적으로는 올해만 1조2000억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의사들은 이를 명분 삼아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보험료 누수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총액예산제·포괄수가제, '남의 얘기' = 보험재정 절감을 말할 때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은 빠지지 않는다. 한국은 진료행위 하나하나마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오랜 시간 환자를 살피기보다는 짧고 빈도가 많은 진료를 유도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3분 진료'는 어쩌다 나온 말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총액예산제다. 보험자(한국은 건보공단)와 의사단체가 진료비 총액을 추계하고 협의한 뒤 이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사단체는 이렇게 받은 돈을 각급 병원에 할당한다. 예를 들어 건보공단이 A단체와 협의 후 연간 보험료 100억을 지급한다. 그러면 이 단체는 병원들에 돈을 나눠준다. 10억원을 받은 B병원은 이 돈 안에서 의사들 월급을 주고 환자를 치료한다. 연말에 보니 1억원이 남았다. 1억원은 병원이 연구비나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독일 등 유럽 다수 국가들과 대만이 활용하고 있다. 과잉진료를 차단하고 병원 내 낭비요소를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할 수만 있다면 도입하는 게 좋다"며 "그러나 병원끼리 무한경쟁을 벌이고 고소·고발이 횡행하는 우리 풍토에서 병원들이 보험료 할당에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질병 또는 환자군별로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질병마다 정해진 금액이 있어 특정 질병에 진료횟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 미국은 1983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2012년 대장항문을 포함한 7개 질병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반대로 질병군을 확대하지 못한 채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혼합한 신포괄수가제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42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심평원도 낭비요소, "보험자가 심사해야" = 보험자 단체(건보공단)와 별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둔 것도 낭비 요소다. 심평원은 병원들로부터 진료기록을 받아 지급보험료를 산정한 뒤 건보공단에 통보한다.

2000년 출범한 심평원은 그 자체가 불필요한 기관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보험자가 직접 의료기관으로부터 요청된 진료비를 살펴보는 게 거의 모든 나라의 제도인데, 유독 한국 정부만 심평원 운영을 고집한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도 심평원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주도하는 기재부는 2016년 심평원의 진료비 청구 접수와 심사를 건보공단에 넘겨주는 게 맞다는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진료비 청구액 중 심평원 심사 후 조정된는 금액 비율이 매년 0.8% 안팎에 그치는 게 근거였다. 이는 독일이나 대만의 조정률 3%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보험자가 깐깐하게 심사 평가해 보험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건 당연하다"며 "대다수 나라가 별도 심사기관을 두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