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국 배터리 셀공장 추가투자…최태원 정면돌파 의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8.04.0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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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5만대 기준 5000억 투자, 셀 공장 확보 첫발…배터리 국수주의 넘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 신년회에서 경제·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New SK'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 신년회에서 경제·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New SK'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


SK가 중국 현지투자를 통해 ‘배터리 장막’을 넘는다.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셀 생산라인까지 현지에 확보해 중국의 '배터리 국수주의'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불확실성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배터리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이나인사이더'(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서의 중국시장 접근) 전략이 반영됐다.



3일 배터리업계와 SK이노베이션 (114,400원 ▼900 -0.78%)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중국 배터리 사업 투자를 담당할 현지 법인 'SK 배터리 차이나 홀딩스'(이하 홀딩스)를 설립했다.

SK가 중국에 별도의 배터리 투자 담당 조직을 갖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직을 통해 전기차 5만대 분량을 소화하는 셀 생산라인일 경우 통상 5000억원 안팎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홀딩스는 앞으로 현지에 배터리 셀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지 배터리 셀 생산라인 확보를 꾸준히 검토해 왔다"며 "현지 투자사 설립으로 셀 생산라인 확보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공동투자를 통한 합작법인 설립과 현지 공장 인수합병(M&A) 등이 다각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셀 생산라인이 추가될 경우 SK는 중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전체 공정을 확보하게 된다.

SK는 현재 중국 베이징에 현지 기업들과 40(SK이노베이션)대 60(베이징전공·베이징기차) 합작으로 세운 배터리팩 생산법인 BESK테크놀로지를 2014년부터 운영 중이다.


BESK는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 셀 공장에서 셀을 공급받아 팩을 만든다.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를 저장했다 내보내는 셀과 셀 묶음을 크게 합친 팩으로 구성되는데,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이 셀이다.

SK 중국 배터리 셀공장 추가투자…최태원 정면돌파 의지
업계는 중국의 배터리 장막이 아직 걷히지 않는 시점에 SK가 현지 투자 발걸음을 뗀 것에 주목한다.



중국은 사드 갈등이 불거진 2016년부터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사드 정국이 풀린 이후로도 상황은 바뀌지 않아 자국 배터리업계 보호를 위해 한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SK의 BESK테크놀로지도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2020년까지만 진행된다"며 "이후 배터리 생산·판매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생산라인 확보는 지금부터 추진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셀 생산라인 착공부터 완공까지는 통상 1년 반~2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 생산법인 관련 투자가 집행돼야 2020년 전후로 상업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제2의 SK를 세운다는 목표로 차이나인사이더를 추진 중인 최 회장은 사드 정국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됐던 지난해 1~10월에도 국내 기업 중 가장 공격적으로 현지 투자를 늘렸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이 같은 형의 구상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한다. 그는 지난 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국 광저우자동차 증칭홍 회장과 광저우시위원회 런슈에펑 서기와 면담했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공유 및 합작사 설립 등을 논의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을 초기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그룹 미래먹거리이자 오너 역점 사업"이라며 "유럽과 중국 생산기지를 동시에 늘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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