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텐트 모습. 규정상 2개면 이상을 개방해놓아야 하지만 모든 문이 닫혀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 벤치에 밀착하고 앉은 커플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입맞춤을 반복했다. 이들은 "사람도 많은데 왜 그래?" "별로 없는데 뭐 어때!"하며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커플 바로 앞에는 소풍 나온 부모와 아이들, 청소년 등 10여명이 앉아 있었다. 아이와 공원에 온 부모는 지켜보기 민망했는지 잠시 뒤 돗자리를 접었다.
한낮 기온 2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이 오자 도심 공원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이는 공공장소이건만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이 속출한다. 낯 뜨거운 스킨십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2일 이틀간 오후·저녁 시간대에 서울시내 한강시민공원 일대를 살펴본 결과 연인 간의 스킨십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목격한 한 커플은 여성이 남성 위로 올라간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포개어 누운 채 진한 입맞춤을 나누기도 했다. 1미터 남짓한 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던 방문객들은 민망함에 고개를 돌렸다. 한강변 벤치에 앉은 한 커플은 서로의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를 나눴다.
대다수 나들이객들은 과도한 애정행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방문한 이모씨(43)는 "꼭 스킨십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이는 곳인 만큼 선은 지켜야한다"며 "공공장소라는 점을 잊은 것 같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대학생 정모씨(25)는 "몇몇 커플을 보면 '차라리 숙박업소를 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텐트에서 대놓고 스킨십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강시민공원에서 2개 면을 열어 둔 상태의 텐트 설치만 허용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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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서 4개 면을 지퍼로 굳게 닫은 텐트를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여의나루 인근에 설치된 51개 텐트 중 6개가 이런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도가 아주 심하면 계도할 순 있지만 일반적인 애정행위까지 단속하기는 곤란하다"며 "단속이나 처벌보다는 시민의식이 성숙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