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쪽쪽' 뜨거운 한강공원…"불편합니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04.0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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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들이 진상족-④]과도한 애정행각에 '눈살'…"공공장소서 선은 지켜야"

편집자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텐트 모습. 규정상 2개면 이상을 개방해놓아야 하지만 모든 문이 닫혀있다. /사진=남궁민 기자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텐트 모습. 규정상 2개면 이상을 개방해놓아야 하지만 모든 문이 닫혀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 벤치에 밀착하고 앉은 커플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입맞춤을 반복했다. 이들은 "사람도 많은데 왜 그래?" "별로 없는데 뭐 어때!"하며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커플 바로 앞에는 소풍 나온 부모와 아이들, 청소년 등 10여명이 앉아 있었다. 아이와 공원에 온 부모는 지켜보기 민망했는지 잠시 뒤 돗자리를 접었다.

한낮 기온 2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이 오자 도심 공원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이는 공공장소이건만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이 속출한다. 낯 뜨거운 스킨십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2일 이틀간 오후·저녁 시간대에 서울시내 한강시민공원 일대를 살펴본 결과 연인 간의 스킨십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목격한 한 커플은 여성이 남성 위로 올라간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포개어 누운 채 진한 입맞춤을 나누기도 했다. 1미터 남짓한 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던 방문객들은 민망함에 고개를 돌렸다. 한강변 벤치에 앉은 한 커플은 서로의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를 나눴다.



애정행위는 텐트에서도 이어졌다. 한 텐트 안에서는 남녀가 껴안은채 실내를 뒹굴고 있었다. 텐트문이 열린 상태여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텐트에는 다 마신 술병 여러병이 쓰러져 있었다. 한강공원에서 환경미화를 하던 김모씨(52)는 "날이 풀리면 흔하게 보는 모습"이라고 혀를 찼다.

대다수 나들이객들은 과도한 애정행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방문한 이모씨(43)는 "꼭 스킨십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이는 곳인 만큼 선은 지켜야한다"며 "공공장소라는 점을 잊은 것 같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대학생 정모씨(25)는 "몇몇 커플을 보면 '차라리 숙박업소를 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반면 시대상이 바뀐 만큼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씨(29)는 "한국에선 사회 전반적으로 스킨십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면이 있다"며 "공연음란죄 등 법률에 걸릴 만큼이 아니라면 용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공원을 방문한 대학생 박모씨(25)는 "돗자리 펴고 애인과 술도 마시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할 수 있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빨간날]'쪽쪽' 뜨거운 한강공원…"불편합니다"
취사·음주소란 등 명확한 규정이 있는 다른 행위와 달리 위화감을 조성하는 스킨십은 마땅한 규정이 없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한강공원서 과태료 부과·계도 등 단속이 이뤄진 경우는 총 14만107건에 달했지만 애정행각과 관련된 단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

텐트에서 대놓고 스킨십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강시민공원에서 2개 면을 열어 둔 상태의 텐트 설치만 허용하는 정도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서 4개 면을 지퍼로 굳게 닫은 텐트를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여의나루 인근에 설치된 51개 텐트 중 6개가 이런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도가 아주 심하면 계도할 순 있지만 일반적인 애정행위까지 단속하기는 곤란하다"며 "단속이나 처벌보다는 시민의식이 성숙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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