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모두 끊자'…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속도'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8.04.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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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기업·지주사 체제 개편 잇따라..기존 체제 보안책 내놓기도

'순환출자 모두 끊자'…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속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편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효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어떤 '클린카드'를 뽑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모비스 중심으로 변신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선진화된 출자구조 구축을 위한 사업·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오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형태다.



'순환출자 모두 끊자'…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속도'
합병 후에도 존재하는 기존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7월 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지분거래가 마무리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소멸된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전례가 없는 규모인 최소 1조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重·효성, 지주사 체제 전환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해양(현대중공업) △전기, 전지(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등 4개 독립회사 체제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단행했고, 신설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타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30일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변경했다.



효성도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분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했다. 효성은 인적 분할로 존속법인인 지주회사(㈜효성)와 △효성티앤씨(섬유·무역) 부문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 등 네 개의 사업회사를 신설한다. 오는 6월 1일자로 회사분할이 이뤄지며 기존 효성 주주는 지주회사와 이들 네 개 사업회사 주식을 받게 된다.

◇LG·한화 '기존 체제 보완'

LG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 중 유일하게 구본무 LG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던 LG상사를 지주사인 (주)LG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주)LG는 구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LG상사의 지배구조는 기존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됐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이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한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골자로 한 자발적 개혁안을 준비 중이다. 오는 5월 말 발표가 목표다. 아직 구체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H솔루션이 보유한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회사 한화S&C의 지분 추가매각이 개혁안에 포함되는 것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할 전 한화S&C는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내부거래로 올려 그룹 내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대표적 법인이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한화S&C를 존속법인 H솔루션과 사업부문 신설 법인 한화S&C로 물적 분할하고, 사업부문 지분 일부(44.6%)를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 당시 한화는 "추후 지분 추가매각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순환출자 해소' 모색

삼성그룹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내부적으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그룹은 2015년 9월1일 기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만에 신규순환출자 관련 유권해석을 바꾸면서 삼성SDI는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04만주(2.11%)를 오는 8월 말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 간 대표적인 순환출자의 구조는 '물산 →전자 →SDI →물산' 의 형태로, △삼성전기(2.61%) △삼성SDI(2.11%) △삼성화재(1.37%) 등 계열사 3곳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면 현재의 7개 순환출자 구조는 모두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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