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 수제맥주 폭풍성장…밀레니얼세대 주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4.12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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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⑧맥주시장 위축속 수제맥주 홀로 성장...젊은층 입맛 신제품 찾아 이동

편집자주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에서는 맥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수제맥주만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미국 소매 데이터 제공업체 IRI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맥주 판매량은 전년보다 0.4% 감소한 340억달러(약 36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맥주 시장은 매년 1% 안팍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제맥주는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6%(40억달러), 판매량도 3.6% 증가했다.

수제맥주 양조장 수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 양조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301개였던 양조장 수는 지난해 6000개를 돌파했다. 1999년만 해도 1564개였는데 19년만에 3.8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1920년대 금주령이 내리기 전인 1873년 4131개의 양조장을 기록한 후 최고치다.



이러한 흐름은 주류 시장을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0년까지 미국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간 구매력도 2000억달러(약 211조원)에 달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알콜 섭취는 줄인다. 맥주 시장이 매년 축소되는 이유다. 대신 술을 마실 땐 특별한 경험을 주는, 프리미엄 주류에 관심을 보인다.



기성 맥주들은 규모가 워낙 커 시장 상위권은 장악하고 있지만 매출은 매년 줄고 있다. 버드와이저, 버드라이트, 밀러라이트, 쿠어라이트 등 대형 맥주 제품 매출은 전년보다 2.9%(약 4억달러, 약 4230억원) 감소했고, 판매량 역시 3.8% 줄었다.

늘 미국 시장 랭킹 3위 안에 들던 버드와이저는 지난해 10년여만에 4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매출은 7억1780만달러를 기록, 전성기인 1988년에 비하면 3분의 1 토막난 수준이다.
/사진=Samuel Adams SNS./사진=Samuel Adams SNS.
수제맥주의 외형이 커지고 있지만, 이 안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이 갈린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람들이 많아찾아 대형화되고, 흔해진 수제맥주는 외면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수제맥주를 찾아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

IRI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수제맥주로 성공한 사무엘 아담스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이 11.8% 감소했고,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도 9.1% 줄었다. 2015년만해도 미국 맥주 판매 순위에 없었던 이들이 지난해 나란히 18,19위에 오른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반면, 신진 수제맥주는 두자릿수 가파른 성장을 기록 중이다. 미시건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는 IPA(Indian Pale Ale) 붐을 타고 지난해 매출이 42.6%, 판매량은 51.8%나 폭등했다. 미국에서 IPA 맥주는 지난 한해에만 50.3%나 성장했다.

이밖에 지역 소규모 양조장인 벨 브루어리(18.6%), 스톤 브루어링(14.5%), 스위트워터 브루어링(15.9%), 파이어스톤 워커(16.2%) 등도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대량생산 제품을 거부하고 '수제', '장인정신' 등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나타내려는 식음료 소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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