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짙은 미세먼지가 이어지며 장병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보급이 부족해 제대로 못 쓰고 있어서다. 이에 병사들이 사제 마스크를 사서 쓰기도 하고, 일부 장병들은 아예 마스크를 안 쓰고 근무에 나선다.
◇미세먼지 '나쁨' 57일인데...마스크 보급은 '14개'
올해는 다소 사정이 나아졌지만 충분치 않다. 올해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은 지난해보다 319.4% 증가한 53억2700만원이다. 이에 따라 모든 병사에게 14개의 마스크를 보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초미세먼지가 지난해 수준으로만 이어진다고 가정해도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일선 군부대에서는 비품 구입 예산으로 미세먼지 방지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보급품을 대신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공군 비행단 소속 B 일병(25)은 "부대에서 사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나눠줬다"며 "평소 사무·위생용품을 사는데 쓰는 예산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몇몇 부대는 보건용 방한대와 미세먼지 방지 기능이 없는 마스크 착용을 권하기도 한다. 육군 모 부대 간부 A씨(29)는 "평소 작업을 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 쓰는 얇은 마스크를 나눠줬다"며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가 아니기 때문에 병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임시방편으로 겨울용 방한대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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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휘활동과 행정업무 수행에 써야 할 전투역량강화비(부대운영비)로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부대의 얼굴'인데…", 'NO마스크' 근무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헌병·의장대 등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일이 많은 병사들은 장시간 마스크를 끼지 않고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헌병대에서 근무한 직장인 C씨(28)는 "부대 간부나 선임들 사이에서 '헌병은 부대의 얼굴'이란 의식이 있어서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휘관들부터 솔선수범해 마스크를 써야 병사들도 마음 놓고 착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간사는 "기온에 대해서는 수치에 따른 피복 등 근무 규정이 명확하다"며 "미세먼지에 따른 근무 규정도 보다 엄격한 규정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야외 임무수행시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 각 군에 위임돼 운영되고 있는 미세먼지 관련 부대훈련 통제지침을 국방부 차원에서 통합하는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