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적자→흑자 마법' 바이오株 회계 논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이태성 기자, 하세린 기자, 신아름 기자, 반준환 기자, 김지산 기자 2018.03.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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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바이오주] (종합)

편집자주 개인투자자들의 최고 선호 대상이던 제약바이오주에 폭탄이 터졌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차바이오텍이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문제로 '한정'감사의견을 받아 업계는 물론 증시에 쇼크를 주고 있다. 차바이오텍 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기업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회계처리 문제를 짚어본다.



'적자를 흑자로 바꾸는 마법'…바이오株 회계 논란


[위기의 바이오주] <1> R&D비용, 자산이냐 비용이냐… 감사의견 '칼바람'

시가총액 1조원 넘는 차바이오텍이 R&D(연구개발) 비용 회계처리 문제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제약·바이오기업 회계처리에 적색등이 켜졌다. 신약개발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할 경우 흑자가 적자로 돌변하면서 손익이 급격히 악화돼 상장폐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MT리포트] '적자→흑자 마법' 바이오株 회계 논란


지난 22일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고 공개한 차바이오텍 (16,900원 ▼110 -0.65%)은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2거래일 만에 주가가 42% 급락했다. 코스닥 바이오주 강세에 힘입어 올 들어 50.4% 올랐던 주가가 불과 이틀 만에 상승 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시가총액도 9292억원 증발했다.

차바이오텍 급락 충격에 코스닥 바이오주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삼정회계법인은 개발비 14억원을 비용처리해야 한다고 밝혔고 한국거래소도 감사인의 손을 들어줬다.



◇들쭉날쭉 바이오株 R&D 비용 회계처리=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은 업체마다 다르다. 종근당, 유한양행 같은 전통적 제약업체는 일반 제조업체처럼 연구개발비를 100% 비용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해왔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의 2017년 감사보고서상 무형자산에 개발비 항목으로 올라간 금액은 9230억원(누적)이다. 2017년에 비용 처리한 경상개발비는 580억원이고 자산으로 처리한 개발비는 1688억원이다. 즉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가 2268억원인데 이 중 24%만 비용 처리하고 76%는 자산으로 올렸다.

하지만 제약업체 가운데 연구개발을 많이 하는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의 경우 지난해 R&D 비용 1677억원 중 90%를 비용 처리했다. 연구개발비 중 1513억원을 비용 인식하고도 작년에 8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기업은 향후 신약개발에 실패할 경우 자산으로 잡힌 부분이 전액 손실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다. 때문에 연구개발비는 당기에 비용 처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익을 낼 수 없는 바이오 업체는 연구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면 장기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 관행적으로 자산 처리하는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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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공인회계사는 "이익을 내면서 개발비 비용 처리가 깔끔한 기업이 보수적인 투자에 적합하다"며 "다만 R&D 비용을 자산 처리하는 업체가 지금은 이익을 못 내도 임상에 성공해 대박을 낸다면 주가 급등 잠재력이 있어 결국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적자=>흑자' 회계 마법, 안 통하니 상장폐지 위기=신약개발기업인 신라젠은 개발비를 100% 비용 처리하고 있다. 다만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해 개발비를 비용으로 떨궈 적자를 내도 상장폐지 위험이 없다. 코스닥 기업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 상장폐지요건에 해당된다.

감사의견 '한정'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개발비 175억원 가운데 116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다. 59억원만 경상개발비로 잡아 비용 처리 비중이 44%에 그쳤다. 하지만 삼정회계법인은 차바이오텍이 자산으로 잡은 개발비 중 14억원이 무형자산 인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냈다. 차바이오텍의 2017년 영업이익은 5억원인데, 14억원을 비용 처리하면 4년 연속 적자가 돼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만큼 개발비 처리가 결정적 항목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기업 일부는 명확한 기준 없이 개발비를 관행적으로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 직전부터의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지만, 국내 바이오 업체는 임상 1기부터 자산으로 인식하기도 해 지적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개발비 감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지적의 연장선이다. 금감원 감리에서 문제가 될 경우 해당 기업과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로 처벌받게 돼 개발비에 대해 보수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제넥신은 최근 지난해 실적은 물론 2016년 재무제표까지 수정했고 셀트리온도 R&D 내역을 처음 공개하며 금감원 감리에 대응하고 나섰다.

오정은,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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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 4조원 비용처리…美 길리어드의 '위엄'


[위기의 바이오주] <2> 길리어드·노바티스, 개발비 대부분 비용 처리...국내 관행 달라질까

R&D(연구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회계 처리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과 달리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개발비 대부분을 비용 처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테마 감리를 시발점으로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행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美 길리어드사이언스, 천문학적 개발비 100% 비용 인식=독감치료제 타미플루로 유명한 글로벌 생명공학 1위 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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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조2224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매년 3조원~4조원의 연구개발비를 100% 비용 처리해왔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사업보고서에서 R&D 비용과 관련된 회계정책과 관련, "FDA(미국 식품의약국) 판매 승인 이후에 발생하는 R&D 비용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즉 임상 1,2,3상을 모두 통과하고 FDA 판매 승인을 받은 후 추가로 발생하는 개발비만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판매 승인을 받기전까지 발생하는 대규모 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한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매출액은 29조5218억원, 영업이익은 15조9714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은 54.1%에 달했다. 4조원대 천문학적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도 엄청난 이익을 낸 셈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스위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며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며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익이 나지 않던 20년 전에도 보수적인 회계처리 기준을 지켰다"고 말했다.

국내 신약개발기업 신라젠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비를 100% 당기 비용 처리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332억원을 모두 비용 처리했다"며 "신라젠의 회계처리 기준은 글로벌 제약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기업, 주먹구구 회계 관행 바뀐다=2011년 연구개발비 회계기준 도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관행처럼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감리로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2011년 도입된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1038호에 따르면 기업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 인식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개발 중인 신약이 상업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기업은 연구단계인 임상 1기부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회계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회계처리 관행은 금융감독원 테마감리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리에서 적발되면 분식회계로 회사와 회계사 모두 처벌받기 때문이다. 박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감리를 통해 감리기관과 감사인, 회사가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이 도출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감원이 올해 연구개발비 분야를 테마감리 대상으로 정하자 제약바이오업계는 부담을 호소했다. 그동안 관행이었던 만큼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금감원은 "도입한 지 8년된 회계기준에 대한 감리를 부담스럽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오정은, 하세린, 이태성 기자



바이오 회계장부, 정밀분석하는 금융당국


[위기의 바이오주] <3> 업계 "차바이오텍 이슈 계기로 개발비 회계원칙 재정비해야"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올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R&D(연구개발) 비용 관련한 회계처리 문제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회계 적정성에 초점을 두고 있고 거래소는 상장심사 등에서 R&D 비용처리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차바이오텍처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깐깐한 사전 점검을 통해 투자자 보호 선제조치를 하자는 것이다.

[MT리포트] '적자→흑자 마법' 바이오株 회계 논란
금감원은 지난해 '2018년 테마감리 4대 회계이슈'를 사전 예고한데 이어 올해 1월부터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회계처리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회계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테마감리는 회계오류 취약 분야를 미리 예고해 관련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단계부터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차바이오텍 (16,900원 ▼110 -0.65%) 외에도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R&D와 관련, 과도한 자산 인식과 이로 인한 이익 과대 상계 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앞으로도 잣대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계정보의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다만 획일적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투명한 회계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도 상장심사 과정에서 R&D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왔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몇 년째 누적 적자 상태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의도적으로 적자 폭을 줄인 흔적이 있으면 문제라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 업체 중 상당수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 자산으로 인식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곳 중 55%에 해당하는 83곳이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했다.

2016년 매출기준 10위권 내 제약사들의 R&D 투자액은 총 9326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사일수록 R&D 투자비중이 큰데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매출액의 약 40%, 한미약품은 18% 수준이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회계 자의성에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번 차바이오텍 사태를 통해 원칙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무형자산 중 R&D부문에서 넘어온 것으로 확실히 선을 긋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엄격한 회계처리가 건전한 투자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엄격한 요건에 충족하는 개발비만 무형자산으로 인정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회계법인은 최대한 보수적인 평가를 하고 당국이 정확한 평가지침을 마련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아름, 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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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차바이오텍 관리종목 전, 차광열 회장 사위 주식처분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CB 8만여주 보통주 전환.장내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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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이오텍 (16,900원 ▼110 -0.65%)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기 전 차광열 차병원그룹 회장 사위이자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 장남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사진)이 보유 중이던 차바이오텍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매각은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던 시점과 맞물려 내부정보를 미리 알았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2월5일부터 3월8일까지 보유하던 차바이오텍 주식 8만2385주를 모두 장내에서 처분했다.

해당 주식은 차바이오텍이 2016년 4월 차광열 회장과 차 회장 일가, 이들이 보유한 비상장사 KH그린을 상대로 발행한 240억원대 전환사채(CB)에서 비롯됐다. 김 부사장은 가족 중 유일하게 올 1월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보통주를 확보하고 주식을 처분했다.

김 부사장은 CB를 1주당 1만2137원에 보통주로 전환한 뒤 1주당 평균 3만4923원씩, 모두 29억원에 매도했다. 이 거래로 그는 19억여원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CB는 지난해 4월21일부터 전환권 행사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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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업계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테마감리를 예고한 지 한 달 지난 시점부터 거래가 이뤄진 데 주목한다. 이 때 금감원은 기업들에 연구개발비를 무분별하게 자산으로 분류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 차바이오텍은 경상연구개발비가 14억원 증가해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났다. 코스닥 상장사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5년째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감리 예고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했을 경우 발생할 상황을 차바이오텍이 몰랐을 지 의문"이라며 "공시에서 밝혔듯이 회계법인과 연구개발비 처리에 관한 첨예한 이견이 하루 이틀 전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원그룹은 김 부사장의 주식 처분과 관리종목 지정은 시기상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룹 관계자는 "22일 감사보고서를 받을 즈음에 회계 법인과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전에는 미리 알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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