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작은 천국, 발리
글자크기
INTO THE WILD
발리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남짓 날아가면 도착하는 야생 그대로의 땅, 숨바섬. 서퍼와 인류학자에게는 이상적인 세계다. 티크나무숲, 논, 대나무로 지은 전통 마을로 둘러싸인 이 오지에 도전 정신이 뛰어난 몇몇 사업가가 호텔을 열었다. 하늘 아래 작은 천국이다.
산호초 안쪽의 바다는 맑은 푸른빛으로 반짝인다. 그 뒤로 펼쳐진 대양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해안가에 다다라 파도로 부서진다. 기둥 위에 높게 세워진 집의 거대한 지붕이 창공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 있다. 1층에는 돼지들이 살고 있고, 주민들은 대나무 사이로 남은 식사를 돼지 들에게 던져준다. 고갱이 사랑했던 그림 속 여인들처럼 검고 긴 머리의 여인들이 쌀을 찧으며 미소 짓는다. 어딘 가로 가는 길에 노인은 우리에게 만져서는 안 되는 신성한 돌들을 알려준다. 새끼 염소들이 무덤 사이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다. 신성한 마을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살고 있다. 노인은 거대한 대나무 집 입구에 놓인 볏짚 돗자리 위에 앉는다. 그러고는 우리 앞에 꼭 필요한 전통 제물인 빈랑 열매와 구장 잎, 산호 석회 가루 등을 내려놓는다. 이런 것들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입가가 진홍빛을 띠며 살균과 소염 작용을 한다. 더불어 가벼운 행복감에 빠지고, 신체 능력이 증강되며, 때로는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통제할 수 없는 흥분감과 이유 없는 광란 상태에 젖어들기도 한다. 우리가 도착하자 거대한 오두막집에 사는 부족민들이 모두 모였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은 외국인이 등장하자 조금 겁에 질린 듯하다. 한 할머니는 씹는담배를 윗입 술에 끼고 작은 상아 조각과 뿔로 만든 보석, 금속 칼 등을 팔고 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아름다운 이 거대한 초가 집은 기둥 네 개를 축으로 삼아 그 위에 지붕을 얹은 것이 다. 물론 수도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잉걸불 위에는 큼직한 바구니가 매달려 있다. 그 안에 고개를 넣어 말리는 것이다. 숨바인은 그렇게 발생한 연기가 고인의 영혼 이 쉬고 있는 지붕 위로 올라갔다가 초가지붕을 통과해 안개가 되고, 새롭게 돋아난 이파리 속에 잠겼다가 하늘까지 올라간다고 믿는다. 이렇듯 숨바에서는 여전히 정령 숭배의 종교인 ‘마라푸(Marapu)’가 변함없이 전해져 내려 오고 있다. 포르투갈인, 아랍인, 네덜란드인 등 외국 선교 사들이 거쳐 갔음에도 마라푸는 살아남았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