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나도 가해자,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진달래 기자 2018.03.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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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종합)

편집자주 우린 모두 미세먼지의 피해자다. 주범은 중국이다.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조리·운전·전자기기 사용·난방 등 일생 생활 대부분이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우린 한편으로 가해자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다. 중국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수없는 이유다. 아이들에게 평생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우울한 세상을 물려줄 순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생활 속 변화가 절실하다.



미세먼지 당신도 가해자 입니다.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① 평범한 일상 속 내가 만든 미세먼지 추적해보니

[MT리포트] 나도 가해자,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


주차딱지 한번 끊은 적 없는 바른생활 직장인 반공해씨(33·가명)는 오늘도 마스크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도심 회사까지 지하철로 15개 정거장. 약 50분이면 가지만 반씨의 선택은 자가용이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일도 귀찮고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가면 사무실 책상에 앉았을 때 힘이 빠진다.



평범한 출근길이지만 반씨는 1시간 사이 미세먼지의 원인제공자가 됐다. 자동차와 건설기계 등 교통부문 대기오염 물질 배출은 전체 미세먼지 발생 중 37%를 차지한다.

승용차 한대는 평균 1분에 230g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1일 10㎞를 주행하면 2.3㎏. 1개월(20일)을 운행하면 46㎏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정화시키는 데 소나무로 따지면 90만4400그루가 필요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기류가 국내에 정체되는 시기 자동차의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평소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다.



경기도 과천시 남태령고개를 지나는 경유 차량이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 사진=뉴스1경기도 과천시 남태령고개를 지나는 경유 차량이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 사진=뉴스1
차를 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반씨는 2008년식 경유차로 매일 최소 약 26㎞ 출퇴근길을 달린다. 반씨의 차처럼 오래된 경유차는 최신 경유차나 휘발유 차보다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올해 환경부가 시행할 예정인 친환경차량 등급제에서도 낮은 등급에 속한다. 서울시는 등급제 시행에 맞춰 낡은 경유차를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경유차 진입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추세다.

회사 점심시간, 반씨의 사무실은 텅 비어있지만 모든 전원은 '온(On)' 상태다. 컴퓨터부터 형광등까지 누구도 전원을 끄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직원이 퇴근하면서 전원을 그대로 켜두고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전기 낭비도 미세먼지 발생을 초래한다.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사용하는 데 그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유기화합물 등은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에 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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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같은 오염원을 상세하게 조사해 최적의 배출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전략에는 전기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빠질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퇴근하자마자 반씨는 집안 난방 온도를 올렸다. 꽃샘추위가 몰려오면서 아이들이 혹여 감기라도 들까 걱정되는 마음에서다. 한파가 심했던 지난 겨울 난방비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난방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난방이 교통부문 만큼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 미세먼지 배출량의 39%가량이 난방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보일러는 초미세먼지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85~173ppm 가량 배출한다. 오래된 가스보일러일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안에는 설치한 지 10년이 넘은 보일러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반씨지만 미세먼지 문제에서는 이렇게 의식하지 못한 채 가해자가 된다. 습관처럼 편하게 하던 일들이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 지표를 만들지만, 반씨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렇듯 마스크를 쓰면서도 스스로 가해자란 사실을 매번 인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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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김경환 기자



혹시 나? 피해자-가해자 구분 없는 미세먼지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② 담배·요리도 한 몫…미세먼지 노출 '거리<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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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김민호씨(32).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헤어드라이기를 켰다. 아침을 챙겨 먹기에 토스트와 계란프라이 요리에 나섰다. 그러나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계란이 다 타버려 연기가 자욱하게 났다.

출근을 위해 승용차 시동을 켰다. 진동이 큰 경유차 특성상 5분 정도 공회전을 시키니 조용해졌다. 그의 차는 지난 2014년식으로 배출가스기준 '유로5'를 충족시키는 경유 SUV 차량이다. 환경을 생각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만 지하철역이 너무 멀고, 버스는 항상 만원이어서 출퇴근시 승용차를 이용한다. 브레이크가 밀려 브레이크 패드를 갈아야 겠다 생각한다. 타이어 트레드도 많이 닳았다.

점심시간엔 동료들과 생선구이와 청국장을 잘하는 식당에 갔다. 식당 안에 들어서니 생선 굽는 연기가 자욱했다. 흡연자인 그는 업무 중 틈틈이 밖에 나가 담배도 피웠다. 저녁엔 회식이 있어 회사 근처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웠다. 3월이지만 날씨가 쌀쌀해 퇴근 후 집 난방을 최대로 켰다. 지난 주말엔 집 밥이 그리워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갈치를 구웠다. 공기청정기를 돌렸지만 미세먼지 수치는 계속 올라갔다.

국민 모두가 자동차를 몰고, 음식을 조리하고 생활 쓰레기를 태우면서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서울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은 하루 흡입하는 미세먼지의 절반 가량을 외부가 아닌 집 안에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름철의 경우 미세먼지의 50%를 집에서 흡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보나 버스, 지하철 등 이동 중 노출이 12.4%, 사무실 8.2%, 식당 8.1%, 학교 6.8%, 가게 3.7% 등이었다.

겨울철에도 집에서 미세먼지의 43%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 중에 노출되는 경우가 16.9%, 사무실 13.3%, 학교 7.9%, 식당에서 노출되는 양도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집에서 마시는 미세먼지가 가장 많다는 것은 조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집안 일상생활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이는 우리가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란 지적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미세먼지는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 예가 운전이다. 연료가 불완전 연소 되면서 발생하는 질소화합물 등은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마모되는 타이어 및 브레이크 분진 등이 모두 몸에 해로운 미세먼지다.

조리시 식품 재료를 가열하면서 눋거나 타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특히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는 대부분 호흡하면서 그냥 마신다. 담배를 피울때 나오는 연기도 미세먼지다. 고기를 굽거나 기름에 튀기는 등의 요리시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평상시보다 10배 이상 짙어진다. 증기 다리미, 토스트기, 청소기, 헤어드라이기 등 전기기기도 미세먼지를 유발한다. 양초를 켰을때 나오는 그을음, 쓰레기 소각시 나오는 연기 등도 모두 미세먼지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미세먼지 오염의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며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문석 KEI 환경포럼 공동대표도 최근 미세먼지 관련 포럼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이 없다"며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이를 알릴 수 있는 국민행동요령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발생하는 시기 대부분이 중국에 기인한다. 중국의 공업지대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연중 내내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중국으로 모든 원인을 미루는 것은 미세먼지 해결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제차량 2부제 및 대중교통 이용 확대, 비산먼지 규제 등 국내 발생 요인을 억제하는 다양한 시도도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환, 진달래 기자



차이나? 국내요인도 무시 못한다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③ 中요인 많지만 차·배기가스 등 국내 요인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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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중국 요인이 가장 큰 것은 부정하지 못할 명백한 사실이다. 중국 요인이 심할 땐 80%까지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내 요인도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 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기 정체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중국 영향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비중이 더 크다는 실증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월 15~18일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국내 요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5일 관측 첫날 국외에서 들어온 미세먼지가 57%, 국내 발생 먼지는 43%로 국외 요인이 더 컸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국외 요인은 점차 줄고 국내 요인이 점차 증가해 18일엔 국내 요인이 62%까지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요인이 커진 이유는 '대기 정체' 현상에서 비롯됐다. 풍속이 1.5m/s 미만으로 수도권 기류 흐름이 정체 되면서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줄어든 반면 자동차 배기가스, 석탄발전 등을 통해 국내에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발생시키는 '2차 생성'을 일으켜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유발한 것.

상대적으로 높았던 습도도 2차 오염물인 질산염 생성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2차 생성은 대기 중의 황산화물와 질소산화물 등이 물리·화학 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 자동차와 석탄발전소, 난방용 보일러 등에서 발생한 질산염이나 황산염과 반응하면서 새로운 오염물질을 생성시키는 방식이다. 이처럼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악화될 경우 국내 요인을 제어함으로써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월 서울시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3일 동안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고 여기에 150억 원이 소요되면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통량 감소가 2%에도 미치지 못해 효과가 없다는 논란 끝에 대중교통 무료 운행은 철회됐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정책 시행이 국민 모두가 미세먼지가 재난이란 점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마중물로는 긍정적 효과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도 오는 27일부터 초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을 일평균 50㎍/㎥ 에서 35㎍/㎥로 강화키로 했다. 연평균 환경기준도 25㎍/㎥에서 15㎍/㎥로 강화한다. 국민들에게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미세먼지의 유해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방지 노력에 나서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강제 2부제 등 국내 요인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강도 높은 대책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차량 운행이나 난방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태양광 발전과 도심 녹화율을 높이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며 "선진국들은 이미 상당히 많은 돈을 미세먼지 저감에 투자하고 있고, 차량 통행도 강제로 막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세먼지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건설장비 기준 강화, 강제 2부제,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통한 석탄 화력발전소 축소 등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 저감을 위한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기자



빨라진 中 미세먼지 저감속도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④ 해외 모범사례…강제2부제, 녹지사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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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처 모범사례로 최근 중국이 떠오른다.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 절반이 중국, 몽골 등에서 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역설적이지만 눈에 띄는 소식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에너지정책연구소(EPIC)는 최근 4년간 중국 주요도시의 공기 질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전체 인구의 70%가 사는 중국 행정구역 204곳에 측정소에서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 수치를 측정한 결과 4년 전보다 32%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 우리 돈으로 약 287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베이징, 톈진 등 일부 지역에 석탄 발전소 신규 설립을 금지했고 기존 발전소들은 오염물질 배출을 감축토록 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통행 차량 수를 제한하고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 300만여가구에는 석탄 난방 대신 가스보일러를 쓰게 했다.

베이징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연간 권고 기준의 9배에 달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여전히 공기 상태가 좋지 않지만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천연 에어컨이자 공기청정기인 '녹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기오염에 대처하는 나라들도 있다. 싱가포르 도시 녹화 사업은 '시티 인 어 가든(정원 속 도시)'를 표방하며 자연과 기술을 접목한 첨단 도시정원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은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기 위해 학교 등 시설물 주변에 나무를 심어 녹색벽을 설치한다. 런던 도로 주변 학교에 녹색벽을 설치하고 1년 동안 측정한 결과 녹색방지막으로 인해 학교 안 운동장의 미세먼지 농도가 학교 밖보다 평균 30% 내외로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 미국 피츠버그 등이 건물 벽면 녹화 등 방법으로 도심 녹색 공간을 늘리고 있다.

영국은 자치구별로 미세먼지 고농도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질 관리지역을 설정하고 관리계획도 수립한다. 런던시는 평소 실측을 통해 공기 좋은 길 정보를 구축하고 이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600만파운드(약 89억4000만원) 규모 대기질 펀드도 조성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주, 독일 뮌헨시도 최근 중장기 대기질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는 등 많은 도시들이 미세먼지 저감 등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뉴사우스웨일주가 2016년 발표한 '깨끗한 대기(Clean Air for NSW)' 계획은 10년간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의 틀과 원칙, 우선순위·영역별 실행 방안을 담았다. 산업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는데 1999년부터 시행 중인 대기오염물 배출량 허가제를 지역, 산업, 주요 배출가스를 고려해 개선하기로 했다. 또 개발이 끝난 탄광에서 다량의 먼지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탄광의 생애 주기별 부지사용 정책도 도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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