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KB금융 노조 주주제안 모두 '부결'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03.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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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윤종규 회장, 채용비리 의혹에 "송구스럽다…조사 성실히 임할 것"

 23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제10기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안건을 상정하는 동안 일부 주주들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2018.3.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3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제10기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안건을 상정하는 동안 일부 주주들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2018.3.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추천 및 정관변경 안건이 모두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23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이 발행주식 3억1719만3100주 가운데 출석 주식 수 79.43% 대비 찬성 4.23%, 반대 95.77%로 부결됐다.

사외이사의 선임의 가결 정족수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발행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다.



KB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제안한 대표이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 안건, 정·관계 출신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3년 이내에 이사로 선임할 수 없게 만드는 정관변경 안건도 모두 부결됐다.

정관변경 정족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회장의 사추위 배제 안건의 찬성률은 31.11%, 낙하산 방지 안건의 찬성률은 4.29%에 그쳤다.



이는 국민은행의 단일 최대주주(9.79%)인 국민연금이 세 개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세계적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과 낙하산 방지 정관 변경 등 두 개 안건에 모두 반대한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ISS는 KB노조의 '사추위 회장 배제' 정관변경 안건에는 찬성했으며, 이에 따라 실제 주총에서도 해당 안건의 찬성률(31.1%)이 비교적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주주 7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에게 ISS의 권고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아울러 KB금융 이사회가 주총 이전에 주주들에게 이례적으로 세 개 안 건 모두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공시한 것도 KB노조가 제안한 주총 안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앞서 KB금융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는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기권·무효를 포함한 반대 표결(82.22%)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사회가 노조 제안 안건에 반대 권유를 한 것에 대해 "본인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사외이사들의 결정이었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이사회의 의견 표명은 명문화·제도화 돼 있으며 해외는 물론 KT&G, 삼천리 등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주주제안이 사실과 다르거나 전체 주주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이사회가 의견 표명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만큼, (노조도) 일상 절차를 통해 추천해주면 주주 권익을 대변하고 기업가치 높이는 사외이사를 심의를 거쳐 추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KB금융 이사회가 추천한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등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유석렬·박재하·한종수 등 3명의 기존 사외이사 연임 안건은 무난히 정족수를 넘겨 가결됐다. 신임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며, 기존 사외이사의 연임 기간은 1년이다.

아울러 KB금융은 총 7667억원, 주당 1920원의 현금 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성향은 23.2% 수준이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최근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이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데 개인적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직접 채용비리 사태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회장은 '윤 회장의 은행장 시절 채용비리가 나왔는데 사퇴하는 게 맞다'라는 한 주주의 질문에 "신입행원에 대해 지역별 우선 채용, 블라인드 면접 등을 타 은행보다 먼저 도입하는 등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논란에 휘말린 것은 송구스럽다"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인 만큼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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