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美대학도 삼킨다…'재정난이 기회"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3.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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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 재정난 절호의 인수 기회…中 유학 수요 맞물려 인수 가속 전망

웨스트민스터콰이어칼리지/사진=웨스트민스터콰이어칼리지 웹사이트웨스트민스터콰이어칼리지/사진=웨스트민스터콰이어칼리지 웹사이트


중국 기업들이 재정난에 처한 미국 대학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 정부는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교육업체 베이징카이원교육은 지난달 미국 라이더대 산하 음악대학인 웨스트민스터콰이어칼리지(이하 웨스트민스터)를 4000만달러(약 429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웨스트민스터는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1926년 설립된 대학이다.



주목할 건 베이징카이원교육이 원래 '장쑤중타이교량'이라는 이름의 철골구조물 회사였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이 회사가 웨스트민스터 인수 합의 2주 전에 이름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카이원교육이 학교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졸업생과 교직원들을 동요시켰다. 오랫동안 교량용 철판을 만들어온 회사가 학교를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우려가 빗발쳤다. 일부 졸업생은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학교 매각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라이더대가 1991년 웨스트민스터를 인수하며 맺은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라이더대는 이번 거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웨스트민스터가 2015회계연도 이후 1070만달러의 손실을 내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재정난을 문제 삼아 라이더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중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쑤광유 베이징카이원교육 회장은 웨스트민스터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인수 뒤에 예산이나 교직원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대학들이 재정난에 빠지면서 중국 기업을 비롯한 잠재적 인수 주체들이 호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월 미국 대학 부문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미국 전국교육통계센터(NCES)에 따르면 2015~2016년에 문을 닫은 미국 대학이 66곳에 달한다.


미국 교육컨설팅업체 MPK&D의 켄트 존 채보타 파트너는 "미국 대학에 대한 재정압력이 중국 기업에 더 많은 인수 기회를 주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미국 대학 인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이 인수한 미국 대학이 웨스트민스터까지 2015년 이후에만 4곳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중국 교육업체인 안보교육은 지난해 11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이스테이트칼리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교육업체들이 미국 학교를 인수하는 건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중국 학생들의 유학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자국 자산에 대한 중국의 입질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가안보위협을 이유로 중국 자본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같은 명분을 들어 베이징카이원교육의 웨스트민스터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베이징카이원교육의 시가총액은 약 10억달러로 중국 국유기업인 바다추홀딩스그룹이 가장 많은 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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