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 설득나선 이동걸 "법정관리 가면 고통 더 커져"

머니투데이 광주=박상빈 기자 2018.03.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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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탄회하게 논의, 추가로 만날 것..먹튀가능성 낮아, 강제 고용보장 재부실 우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노조 사무실에서 면담을 하고 나오면서 노조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3.19/사진=뉴스1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노조 사무실에서 면담을 하고 나오면서 노조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3.19/사진=뉴스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을 만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진 못했다. 오는 30일 법정관리행 데드라인까지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이 회장은 노조를 추가로 만나 설득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19일 오후 1시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을 찾아 금호타이어 노조와 비공개 면담했다. 면담은 예정보다 길어진 1시간30여분 동안 이어졌다.



이 회장은 면담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와 허심탄회하고 깊게 논의했다"며 "노조의 우려와 걱정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적대적 감정을 갖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한 것이 큰 소득이었다"며 "이번 주말까지 집중적으로 대화하기로 양측이 동의해 1~2차례 추가로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노조와 면담에서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 추진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오는 30일까지 노사 자구합의서 제출, 노조 동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 동의에 실패하면 채권단은 더이상 지원할 명분이 없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조건보다 더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용보장 우려, 먹튀 가능성 등을 이유로 더블스타 매각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게 회생할 좋은 기회를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블스타 외에 금호타이어의 가치를 인정해 투자하려는 기업이 마땅히 없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매각을 위해 국내 동종산업 기업, 연관 산업 대기업을 비롯해 해외 일부 기업을 접촉했지만 관심을 표하지 않거나 반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회생에 필수적인 중국공장 정상화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더블스타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공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기업은 중국기업이 유일하다"며 "중국공장 정상화는 이를 소유한 금호타이어 본사의 가치를 높여줘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먹튀 우려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승용타이어 기술력을 가져가더라도 더블스타 내 트럭타이어 공장에서는 생산할 수 없어 기술적인 면에서 먹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기아차 판매망, 국내 시장점유율 30% 등을 포기하면서 설비를 뜯어갈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설사 자산매각, 이전 등이 벌어지더라도 소수주주권 동의 등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불안과 관련해선 "이미 고용보장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도 했다"며 "회사 정상황에 따른 고용확대가 중요하지 강제적인 고용보장은 재부실 우려를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며 고용보장·노조보장·단체협약 승계 등 3가지 노조 요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선 "지면으로만 봐서는 속단할 순 없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더블스타 회장이 숙지가 안됐거나 명백히 이야기하기가 곤란했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주주가 바뀐다고 노조와 회사의 협의사항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차이융썬 회장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선 "내한해 노조와 기자를 만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들었지만 확정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더블스타의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선 "더블스타는 중국 칭다오 국유자산 관리위원회 소유의 시영기업 성격으로 차입자금 회수 등의 우려가 없어 자금조달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회장은 노조 반대로 법정관리에 들어선 이후의 전망에 대해선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회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노조가 더블스타 매각에 동의할 경우 다음달 초에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해 6월 중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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