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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이태성 기자, 김성은 기자, 이재원 기자, 임동욱 기자, 안정준 기자, 기성훈 기자, 변휘 기자, 이학렬 기자, 배영윤 기자 2018.03.19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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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종합)

편집자주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마다 사외이사 물갈이가 한창이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노골적인 청탁이 오고 가기도 한다. 기업 경영의 한 축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은퇴한 유력인사들의 '인생3모작', 혹은 현직들의 '꿀 부업'이라는 매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때론 권력에 대한 방패막이, 혹은 기업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사외이사 세계의 현실과, 개선 가능성을 짚어본다.


[MT리포트]6070 '인생 3모작' 꿈의 직업…'사외이사'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①시가총액 20위기업 사외이사 64%가 6070…수천만원 연봉받는 은퇴자의 '꿈의 직업'

[MT리포트]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 PDF 보러가기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를 역임한 한 금융권 출신 인사는 "사외이사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골프를 치며 보냈고 1~2달에 한 번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높은 급여와 이사회 때 지급되는 교통비와 식비, 그리고 사외이사라는 직함까지 고려하면 '명함이 있는 노후'를 보장받기엔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사외이사 겸직하면 60~70대도 '억대연봉'=19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2017~2018년 사외이사 109명(재선임·신규선임)을 분석한 결과 평균연령은 64.2세로 나타났다.

109명 가운데 9명이 70대였고 61명이 60대로 60~70대가 전체 사외이사 중 64.2%를 차지했다. 50대가 36명(33%)으로 뒤를 이었고 40대 2명, 30대 1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경영 현직에선 50년대생(60대)도 2선 후퇴하고 있는데 사외이사만큼은 60~70대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현행 상법상 상장사 사외이사는 최대 2곳까지 등기임원(이사·감사 및 집행임원) 겸직이 가능하다. 은퇴 후 상장사 2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면 비상근 근무만으로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통상 대기업 사외이사 급여는 월 300만~500만원 수준이고 중소기업은 월 100만~200만원 내외다. 대기업 2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한다면 은퇴 후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

올해 68세인 송광수 삼성전자 사외이사(전 검찰총장)는 두산 사외이사를 겸직하는데 삼성전자 급여가 연 9000만원, 두산은 연 6600만원이다. 두 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했으니 연봉은 1억5600만원이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는 정치권과 재계, 금융권을 통틀어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생 3모작 직업'으로 꼽힌다.

현직자에게도 사외이사는 매력적인 부업이다. 근무 시간이 짧은 반면 높은 보수가 주어지고 '사외이사' 자체가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 사외이사 6인의 지난해 평균 업무시간은 27시간에 불과한데 기본급은 2216만원을 받았다. 시간당 급여가 100만원에 육박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높은 급여 받으며 오너 견제·감독한다고? 독립성 논란=상장사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핵심 요건으론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과 경영활동에 조언할 수 있는 전문성이 첫 손에 꼽힌다.

문제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수 천 만원대의 급여를 받을 경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사외이사가 상당한 연봉을 지급받는 고용된 직원이나 다름없는데 견제와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016년 11번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비상근인 사외이사들은 한 달에 1번 꼴로 개최되는 이사회에 참석한 셈이다. 하지만 연간 9000만원에 이르는 사외이사 급여와 이사회 참석시 지급되는 거마비(30만~50만원)는 사회통념상 타당한 범위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과도한 연봉 대신 교통비와 식비, 자문비 정도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대기업 사외이사의 단위 노동시간 대비 연봉은 과도한 수준이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 연봉에 연임이 가능한 현행 제도는 구조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연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정은 기자,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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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형식적 구성에서 탈피"…대기업 사외이사진이 변한다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②삼성, 글로벌 전문경영인 영입·현대차그룹,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 공모제·SK(주), 선임사외이사제 신설 등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대기업 사외이사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고 회사 견제기능을 강화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진을 대폭 교체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주주권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오고 있으며 올해가 그 실행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 (83,700원 400 +0.5%)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종훈 키스위 모바일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계획을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회장은 미국 벨연구소 최연소 사장 출신으로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설립,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또 여성 최초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는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외국인과 여성이 사외이사로 동시에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 (140,500원 2000 +1.4%)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생산성책임자를 역임한 필립 코쉐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키로 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은 내년에도 글로벌 전문경영인을 추가 영입하는 등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 주요 계열사는 2016년 초 정관 개정을 통해 대표이사 외 이사들 중에서도 이사회 의장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새로운 사외이사 운영 계획은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이 찍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는 주주 관점에서 의견을 적극 제기하고 국내·외 주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거버넌스 NDR(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투자 설명회)에 참석,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 (189,500원 5000 +2.7%)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도 순차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해 갈 예정이다.

SK㈜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보장과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신설한다. 선임사외이사란 사외이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한다.

SK (293,000원 -0)㈜는 2016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선진화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번 선임사외이사제도 신설을 통해 주주권익보호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사외이사 중 1인이 주주소통위원을 맡아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와 권익 보호 활동을 할 예정이다.

SK㈜는 이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제도가 담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했는데 대기업 지주사 중 최초의 시도로 평가됐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이 과거 법률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에 그치던 사외이사 운영 방안에서 진일보한 것"이라며 "각 기업별로 새 제도가 마련된 만큼 실질적인 운영이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MT리포트]'전관' 가득한 사외이사, '거수기'에 매년 수천만원씩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③시총 20개 기업에 34명이 관료 및 정치권 출신…법원·검찰 출신 7명, 국세청 5명 등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사외이사 선임시 논란이 되는 문제점은 전관이다. 전직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대다수 회사에 1명 이상씩 있는데, 권력기관과의 관계를 생각해 퇴직 관료들의 임금을 챙겨주는 행위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시가총액 20위 기업의 현직 및 신임 사외이사 후보 10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4명이 관료 및 정치권 출신이다. 기업당 최소 1명 이상의 전관이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법원·검찰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세청 출신이 5명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등이 뒤를 이었다. 전직 국회의원도 3명으로 집계됐다.

시총 20위 기업 중 전관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LG화학 (889,000원 8000 +0.9%)(75%)이다. LG화학은 임기가 남아있는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공정위, 검찰 출신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는 국세청 출신이다.

신한지주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는데,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주주총회를 끝낸 POSCO는 신임 사외이사로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선임했다. 김 전 장관은 참여정부 출신으로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박 전 회장 역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KB금융지주는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선우씨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논문을 공동 집필하는 등 인연이 깊다. 최씨도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이고, 참여정부 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역임했다.

관가 및 정치권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외이사에게는 경영진이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조언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관 출신 인사들은 이런 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시선 때문이다. 대다수 의안에 주주권익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찬성표만 던지고 수천만원의 연봉만 챙겨간다는 오명이 따라붙는 이유다.

최근 의결권 자문사들은 전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의견을 던지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에 대해 "2014년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과 관련, 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 일체의 권한을 대표에게 일임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재선임을 반대했다.

반면 재계는 관출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현대차 그룹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많이 골랐는데 이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관과 소통하기 위해 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도 "이사회 구성이 너무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을 경우 전관도 사외이사로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관 출신 사외이사의 인맥에 기대는 것 자체가 국내 기업의 신뢰를 깎아먹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관에서 직접 퇴직할 관료들이 어느 회사 사외이사로 갈 것인지 여부를 챙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이나 검사장이 로펌 자문을 다 따로 받는 일반 회사의 사외이사로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기업이 전관의 로비력에 기대는 모양새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태성 기자,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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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거수기 탈피해야"…사외이사 손보는 상법 개정안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④임기 제한, 임명 제한 연장 등…전문성 사라진다는 반론도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1998년 증권거래법에 첫 등장, 2009년 개정 상법에 도입. 어느덧 20년째인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을 견제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전문가들이 기업 경영에 다양한 시각을 제기하고 감시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매년 주총 때만 되면 독립성 논란이 일었다. 기업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연봉만 챙기며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꾸준하다. 무엇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제도 도입 취지를 되살리자는 시도가 이어진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강하게 발의된 사외이사제도 개선 법안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이다.

‘김종인 안’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 후보추천위원회의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상장회사와 계열회사의 전직 임직원이었던 이들은 5년간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현재 임명 금지 기간은 2년이다. 임기 제한이 없던 일반 사외이사 임기도 6년으로 정했다.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각 1인 이상 추천하고 추천위원회에서는 이들 후보 가운데 각 1인 이상을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도 담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5명 중 1명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파격적 법안이었다. 당시 당 정책위원회가 강하게 추진했고 12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했지만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치며 뒷전으로 밀렸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6년 내놨던 상법 개정안 역시 맥을 같이한다. ‘채이배 안’은 해당 상장사 또는 계열사에서 5년 이내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임직원을 결격 사유로 추가했다. 임명 금지 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늘린 ‘김종인 안’과 같다. 여기에 해당 상장회사에서 6년, 계열사에서 9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도 결격사유로 포함했다. 사실상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한 셈이다

또 6개월 전부터 계속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부여하고 이 주주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는 반드시 선임하도록 했다. 주주들의 의견반영과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채 의원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 중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2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라며 "특히 계열사 출신, 소송대리 및 회계감사, 정부 및 채권단 출신과 같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10% 이상으로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경영 투명성과 건정성 제고 등에는 동의하지만 효율성이 문제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해당 법안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전문위원들은 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결격요건 강화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상 해당 업종과 무관한 사외이사를 영입하게 되면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은 공통적으로 '거수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결격 사유를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전문성을 상실한 사외이사를 양산할 경우 진짜 거수기의 양산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MT리포트]사외이사 '창과 방패'…키워드는 '親文 또는 권력기관'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⑤과거처럼 정권의 요구보다는 방패로서의 효용 따지는 기업 필요로 영입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들이 현 정권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을 비롯해 장, 차관이나 권력기관 고위직을 거친 인물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의 '전문성, 다양성'을 추천 배경으로 앞세우지만, 내심 이들이 '외풍'을 막아줄 '방패' 역할 뿐 아니라 정부 핵심인사와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권, 대기업 등 일부 기업들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인물을 비롯해 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물들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추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기업은행은 노조 위원장 출신의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새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지난 대선에서 금융권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시민단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2기)인 박병대 전 대법관과 박시환 전 대법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새 정부가 자신들의 집권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강제로 꽂아넣는다기보다는 해당 기업에서 방패로 이들의 영입해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한 게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입김이 강했던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KT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실 인사인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포스코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정책관리비서관, 산업정책비서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새 사외이사로 결정했다.

건설업체인 한라는 새 사외이사 후보로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추천했다. 김 전 의원은 김원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04~2006년 국회의장을 지낼 당시 비서실장이었다.

GS건설은 참여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권력기관의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의 사외이사 영입도 두드러진다.

특히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재정부와 '재계의 검찰'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직을 모셔가려는 기업들이 많다.

GS는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현대중공업은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롯데쇼핑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박 전 장관은 현재 삼성전자 사외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공정위 사무처장 출신들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기아차는 한철수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법조계도 기업들의 주요 영입대상이다. 기아차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한화생명은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을 재선임한다.

롯데푸드는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롯데케미칼은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을, 롯데정밀화학은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장을 각각 재선임한다.

임동욱 기자

[MT리포트]연예인부터 작가까지, 10인 10색 사외이사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⑥보해양조 유시민 작가, 배우 이서진도 두올 사외이사 선임 예정…다양성 끌어올려 투명성 확보

좌측부터 유시민 보해양조 사외이사, 이서진 두올 사외이사 내정자, 김선욱 삼성전자 사외이사 내정자좌측부터 유시민 보해양조 사외이사, 이서진 두올 사외이사 내정자, 김선욱 삼성전자 사외이사 내정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성은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20여 년 전보다 다양해졌다. 작가와 소설가는 물론 연예인까지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비중은 낮지만 여성의 사외이사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유시민씨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 등을 거친 그의 현재 직업은 작가다. 지난해 3월 보해양조 사외이사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임기는 2020년 3월 24일까지다.

보해양조가 유 작가를 선임한 배경은 '다양성'이다. 기업과 사회 각계 소통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를 두루 거친 그의 조언을 경영에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유 작가를 문화계 인물로 본다면, 그와 비슷한 직군의 사외이사 진출도 눈에 띈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잘 알려진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2~2014년 당시 제일모직의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중견 소설가 김주성씨는 2011~2014년 농심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기업 사외이사 명단에서는 이제 연예인들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배우 이서진씨는 이달 30일 주주총회를 거쳐 자동차 섬유내장재 기업 두올의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자산운용사 에스크베리타스에서 글로벌콘텐츠2본부 본부장(상무)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배우 윤태영씨는 2016년부터 디지털시각효과 전문업체 덱스터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웰슬리안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윤익주식회사 실장으로도 활동했었다. 윤익주식회사는 윤씨와 그의 아버지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판매·대행하거나 이용 권리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출신의 사외이사도 눈에 띈다. 포스코 사외이사인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대표는 최근 이 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2014년부터 파이낸셜뉴스 대표를 맡은 김 대표는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과 한국경제연구학회 부회장 등을 맡았었다. 조현재 광주대 초빙교수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SK하이닉스 (137,500원 500 -0.4%)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조씨는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MBN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었다.

여성의 사외이사 진출도 시작된다. 삼성전자 (83,700원 400 +0.5%)는 첫 여성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상태다.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에쓰오일)과 최명희 한국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KB금융) 등도 눈에 띄는 여성 사외이사 후보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끌어올려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다만, 구색 맞추기 식의 다양성 제고로 치우쳐 전문성이 희생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MT리포트]10대 기업 사외이사, 4주 일하고 연봉 7000만원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⑦50명 사외이사 34.6억원 수령…"혜택 늘지만 '거수기' 여전"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코스피 상위 10대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한 해 평균 4주 정도를 일하고 7000만원 정도의 보수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차량과 건강검진, 소속 단체에 대한 기업의 거액 기부까지 각종 혜택도 함께 누리고 있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2016년 말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50명의 사외이사가 한 해 동안 수령한 보수는 총 34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금액은 6918만원이다.

사외이사들의 연간 평균 활동시간을 어림잡아 200시간으로 가정하면 평균 시급은 34만5900원이다. 최근 국회가 합의한 주당 법정 근로시간(52시간)을 대입하면 약 4주 가량 일하고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업무의 중요성과 개개인의 높은 역량 등 보수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 해도 '고액 연봉' 평가는 피하기 어려운 규모다.

보수 산정 기준과 활동 내역, 각종 복지 혜택 등이 보다 세부적으로 공개된 금융회사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외이사들의 '특권'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달 공개된 8개 은행지주회사(KB금융·NH농협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한국투자금융·DGB금융··BNK금융·JB금융)의 '2017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근무 만 1년을 채운 사외이사 40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263만원이었다.

이중 매월 보장되는 기본급은 평균 4648만원이었으며, 각종 수당은 1615만원이었다. 매월 400만원 가량의 기본급에 더해 이사회 의장, 리스크관리위원장,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 감사위원장 등 직책의 중요도에 따라 50만원~100만원 정도의 직책 수당이 추가되며, 각종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일종의 '거마비' 성격인 수십만원의 수당을 더 얹어주는 구조다.

보수에 계산되지 않는 혜택도 다양하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차량과 기사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외이사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건강검진권을 지원받는 사례가 많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윤종남 이사회 의장에게 제공한 건강검진권 가치를 46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가 소속된 대학, 비영리법인 등에 대한 기업의 기부도 간접 지원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마다 "사외이사 때문에 기부를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사외이사들로선 '친정에 보탬이 된' 일들이다.

그러나 많은 혜택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과연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비판 여론이 여전하다. 주총의안분석회사인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상장기업 880여곳을 조사한 결과, 2016년 한 해 동안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단 한 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낸 사례가 있는 기업은 25개에 그쳤다. 반대가 아니더라도, 찬성 외 다른 의견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사외이사가 있는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39개사에 불과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추고 경영활동을 감시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갖가지 혜택 속에서 '거수기·로비스트'로 기능한다는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며 "몇몇 대기업의 분식회계 사태 이후 경영진과 결탁한 사외이사도 처벌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MT리포트]교수·변호사·관료 출신 사외이사만 '수두룩'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⑧4대그룹 대표 상장사 사외이사 23명 중 기업인 출신 단 1명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교수 등 학계, 법조계, 전직 관료 출신이 사외이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후보군이 다양하지 않다보니 한 명이 여러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는 '겹치기' 사외이사, 여러 기업을 돌아가면서 사외이사를 하는 '회전문' 사외이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대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23명 중 학계, 법조계, 전직 관료 출신이 아닌 사외이사는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삼성전자), 하금열 전 SBS 사장(SK), 이장규 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LG), 최상태 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LG) 등 4명에 불과하다.

금융지주회사도 비슷하다. KB·신한·하나·NH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 28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이 학계, 법조계, 전직 관료 출신이다. 재일동포 주주 영향으로 금융인과 기업가 출신이 많은 신한금융을 빼면 학계, 법조계, 전직 관료 출신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반면 기업인 출신은 거의 없다. 4대 그룹 대표 상장회사 사외이사에서 언론인 출신인 이장규·하금열 사외이사를 빼면 기업 경험을 가진 사외이사는 은행원으로 활동했던 이인호 사외이사뿐이다.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 중에서도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 출신 사외이사는 신한금융의 재일동포 추천 사외이사뿐이다.

이는 글로벌 회사와 대조된다. 애플은 사외이사 7명 중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빼면 모두 기업인 출신이다. 심지어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등 현직 경영진도 3명 포함돼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대부분 글로벌 기업도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까지 FCA(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 N.V) 사외이사를 맡아온 것은 글로벌 기업이 다른 기업 C레벨 경영진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음을 보여준 예다.

기업들이 법조계,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건 해당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외풍을 막아줄 바람막이 역할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회사나 정부 영향력이 큰 기업들은 친정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KT는 이강철 전 대통령비시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와 박시환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와 정구환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모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KEB하나은행의 황덕남 사외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반면 기업인 출신은 영업비밀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업이 꺼리기도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회사는 대출 등으로 엮여있기 때문에 기업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가 어렵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관계 또는 협력관계에 있는 임직원을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군이 제한되다보니 한 사외이사가 여러 기업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는 경우가 생긴다. 삼성전자의 송광수 사외이사와 박재완 사외이사는 각각 두산과 롯데쇼핑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이동규 사외이사와 이병국 사외이사는 각각 오리콤, LS산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러 기업을 돌아가며 사외이사를 맡고 경우도 있다. 정영록 KEB하나은행 사외이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추천받았다. 김인배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KEB하나은행 사외이사로, 반대로 허윤 KEB하나은행 사외이사는 하나금융지주로 자리를 맞바꾸기도 한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른 기업 출신을 영입하는 문화가 없다보니 이해도가 높은 같은 업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경우도 드물다"며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면 여러 기업이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경쟁한다"고 말했다.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이학렬 기자

[MT리포트]불필요한 사외이사는 축소해야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⑨'쓸모'와 규제로 많아졌지만 인재풀 적어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금융회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많은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법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에 의해 사외이사수가 늘어났다. 반면 사외이사를 할 사람은 부족하다.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릴 수 없다면 사외이사가 필요한 곳을 줄여야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12명 중 10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비율은 83%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9명 중 7명, 10명 중 7명이 사외이사다. 특히 하나금융은 오는 23일 주주총회 이후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이사회에서 빠지면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8명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88.9%로 높아진다.

금융회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많은 사외이사를 두는 건 여러모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전문성과 배경을 갖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영진이 나서기 어려울 때 사외이사가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법 등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이 둘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상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와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회사는 이사회에 사외이사 3명 이상을 둬야 하고 사외이사의 수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 등 대부분 대기업들이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데 사외이사가 많지 않으면 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 특히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감사위원회에 2명의 사내이사를 두고 싶다면 사외이사를 4명 둬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기업이 사외이사를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제도 개선을 추진중이다. 금융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위원의 보수위원회를 제외한 이사회내 다른 위원회 겸직을 제한하고 임추위의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사회의 권한이 사실상 없는 곳에도 이사회를 구성하다보니 사외이사가 늘어났다.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완전자회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에 대해 경영 투명성 등이 확보되면 사외이사를 두지 않거나 이사회내 소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특례를 적용해 사외이사나 소위원회를 두지 않는 완전 자회사는 거의 없다. 실제로 △신한은행 6명 △KEB하나은행 5명 △KB국민은행 4명 등 주요 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의 100% 자회사지만 많은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기업이 사외이사를 많이 필요로 하지만 사외이사를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명의 사외이사가 여러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하거나 여러 기업을 돌아가면서 사외이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사외이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사외이사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수요를 줄이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를 없앴을 때 부작용을 대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주주가 모회사밖에 없는 자회사 소속 이사들의 잘못을 추궁하기 위해 모회사의 주주가 이들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판례로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중대표소송 등 100% 자회사의 임원들의 잘못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100% 완전자회사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는 사실상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MT리포트]회장님 동문-협력사 임원…엔터회사 사외이사 누구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 ⑩SM·YG·CJ E&M 등 변호사·회계사 등 두루 발탁, 젊은 층 비중 높아

[MT리포트]"한달에 1번 출근, 억대 연봉"...사외이사의 세계
주주총회 시즌이 계속 이어지면서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새로운 사외이사들의 면면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50 ~ 60대 남성으로 교수와 법조인, 전직 관료 출신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유시민 작가(전 국회의원), 배우 이서진(자동차 섬유내장재 기업 두올 사외이사), 윤태영(디지털시각효과 전문업체 덱스터 사외이사)씨 등 문화예술인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그렇다면 문화계의 권력으로 등장한 SM, YG엔터테인먼트, JYP, 키이스트, 쇼박스 (4,620원 15 -0.3%), CJ E&M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들은 어떤 이들을 사외이사로 발탁했을까. 일단 오너나 최대주주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 이들 기업들은 사외이사도 대개 최대주주의 동년배를 발탁해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문직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지만 교수 출신보다는 변호사, 회계사 등이 두루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11개사의 전자공시(사외이사 재직현황)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외이사들은 대개 최대주주나 회장과 비슷한 연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SM 사외이사)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SM 사외이사)
최근 키이스트와 에프엔애드컬쳐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던 SM그룹의 상장사인 SM의 사외이사는 조수현 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상무, 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 등이다. 이들은 1953년생으로 이수만 SM회장과 대개 비슷한 연배다. 또 지 전 사장은 이수만 회장과 고교 동문 사이기도 하다.

SM그룹의 또다른 상장사인 SM C&C (1,870원 5 +0.3%)는 사외이사 중에 연기자 겸 가수인 김민종씨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김민종은 또다른 계열사 SM컬처앤콘텐츠 사외이사로 수년간 활동해 왔다. SM C&C의 또다른 사외이사로는 조병규 태평양 변호사 등이 있다.

배우 배용준이 이끄는 키이스트와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 회장의 YG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인사를 사외이사로 발탁해 글로벌사업 협력을 중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키이스트 사외이사로는 배용준의 주활동무대이기도 한 일본의 타카하시 타다시씨(주요 경력을 (주)응원단 대표이사로 기재)가 있고 YG의 사외이사로는 앤드류 위 우(ANDREW YUE WU) LVMH 중국사업부 대표, 탕 시아오밍(TANG XIAOMING) 중국 연예투자 관련 회사 임원 등이 포함돼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 가수 겸 제작자인 박진영의 JYP 엔터테인먼트는 회계사들을 사외이사에 포함시킨 공통점도 있다. YG엔터는 이호상 선경회계법인 대표(전 다음커뮤니케이션 감사팀장)를, JYP는 이계천 Kz Corporation 대표이사(전 삼일회계법인 회계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또 에프엔씨애드컬쳐는 정해균 세무사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연기자 김민종(SM컬쳐앤콘텐트 사외이사)연기자 김민종(SM컬쳐앤콘텐트 사외이사)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상장 등의 과정에서 회계 처리나 세금 문제가 해결과제로 떠올랐을 때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도움을 주고받은 친분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영화 관련 회사인 NEW (12,600원 150 -1.2%)에는 김정기 저스틴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문유식 화성SNC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신생회사인 이들 외에 대기업 계열 회사들은 법조계 인사나 전현직 관료 등을 주로 쓰는 기존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성내역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관계사로 보광그룹과도 관련이 있는 제이콘텐트리는 오정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CJ그룹의 CJ E&M 사외이사로는 임주재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이 등재돼 있다.


오리온그룹의 쇼박스 사외이사로는 임원빈 세무법인 가교 대표이사, 김성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완목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 등이 포함돼 있다. 그룹 주변에서는 상대적으로 송사를 많이 겪었던 모그룹 오리온의 사정과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오리온이 지난 13일 공개한 신규 사외이사 후보도 박종구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은호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부산지방국세청장), 김홍일 세종 변호사(전 부산고검장) 등 법조계나 관계 인사들이 대거 올라 있다.

배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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