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장찬우씨(30, 사진 왼쪽)가 소속 병원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장찬우씨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장찬우씨(30)는 확신에 가득 찬 말투였다. 장씨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간호사 이민을 위해 준비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장씨는 미국에 오기 직전 2년 동안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다. 남자 간호사인 그는 당시 생활을 군대와 비교했다. 오히려 군대의 갈굼(군기를 잡기 위한 고의적 괴롭힘)보다 간호사들의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의 집단 괴롭힘)이 한 수 위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의 문화는 달랐다. 간호사끼리는 물론 의사와도 동등한 관계로 일했다. 장씨는 "한국에서는 의사가 명령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상명하복 시스템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의사가 진료할 때 간호사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다"며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느낀 양국의 근무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야간 근무를 하는 이씨는 병원에 출근하면 하루 6명의 환자를 돌본다. 오후 7시 출근해 5시간가량 환자 상태 점검 등 기본적인 업무를 본다. 자정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중간중간 환자를 살펴보는 정도다.
1인당 평균 19.5명의 환자를 담당해 숨 돌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한국 병동의 간호사보다 업무 강도가 현저히 낮다. 이씨는 "한국에서는 근무 중 끼니를 거르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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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8시간씩 3교대로 일할 때는 상상도 못한 생활이다. 일주일씩 근무시간대을 옮기다 보니 불규칙한 생활에 시달렸다. 그나마 인력 부족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상 쉬기 어려웠다. 이씨는 "한국에서는 내 생활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태움과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지만 이들이 이민을 결심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미래'다. 장씨는 "10년차 간호사와 1~2년차 간호사의 업무와 처우가 같은 한국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장씨는 '전문 간호사'(Nurse Practitioner, NP)의 길을 꿈꾸고 있다. NP는 간호사지만 의사와 같이 진찰과 처방권을 갖는다. 충분한 경험을 쌓고 전문 교육을 이수하면 자신이 직접 클리닉도 운영할 수 있다.
한국을 떠난 이들은 국내 간호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를 '교육의 부재'로 봤다. 한국은 교육 기간을 명분으로 2~3개월 동안 월급을 적게 줄 뿐,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신규 간호사를 현장에 바로 투입한다고 지적했다. 신규 간호사의 미숙한 일처리가 태움의 빌미를 주고 그 태움을 못 견뎌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얘기다.
장씨는 "미국은 신규 간호사 교육에만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며 "한국처럼 인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신규 간호사를 현장에 바로 투입하면 결국 피해는 환자한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