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싸움'에 45일 걸린 '2017년 추경'…올해는?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8.03.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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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野 "나라곳간 화수분이냐" 반발 기류…꽉 막힌 국회 '또다른 폭탄' 될수도

'여야 기싸움'에 45일 걸린 '2017년 추경'…올해는?


문재인정부가 15일 청년일자리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미니(mini)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키로 했다. 추경 편성으로 인해 개헌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여야가 다시 맞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여름 '일자리 추경'을 처리하던 때처럼 '내용만 다른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새 추경안은 오는 4월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 국회에 제출돼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 처리되면 이르면 상반기 중 집행될 예정이다.


◇새 추경안? 엇갈린 여야 반응…4월 처리 가능할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한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향후 3~4년 동안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걸 막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경 편성 역시 이같은 발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예산'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추경 편성이 공식발표되기도 전에 "나라 곳간은 무능을 메꾸는 화수분이 아니"라며 비판 논평을 두 차례 내놨다.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해 추경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2018년 일자리 예산 집행도 제대로 안 된 시점에서 또다시 추경카드를 꺼내려 한다"며 "탁상공론식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운영 상황도 추경안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낳는다. 여야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개헌 국민 투표 시기 등을 두고 논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한국GM 문제 국정조사 실시 요구 등 현안 문제도 함께 맞물렸다.

국회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경안은 또다른 '폭탄'이 될 수 있다. 여야는 지난해에도 새 정부 출범과 인사청문회 정국이 추경안과 연계되면서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해 7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토론이 종료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해 7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토론이 종료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상정부터 통과까지 '고통' 수반한 2017년 추경안=정부는 지난해 6월7일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국회는 새 정부 출범으로 '청문회 정국'이었다. 한국당은 추경이 청문회와 연계돼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달 12일 국회를 찾아 추경 시정연설을 했다. 전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일자리 추경이 국가재정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이후 추경은 문 대통령의 인사와 맞물려 좌초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등이 야당의 반발을 샀다. 당시 야3당(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국회 운영위 소집을 추진하는 등 대치를 이어갔다.

정국은 6월26일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급변했다. 국회 정상화 기류가 형성됐다. 7월3일에는 국민의당의 추경 심사 참여 결정까지 나왔다.

하지만 또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이른바 '말싸움'이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같은 달 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제보조작 사건을) 몰랐다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국민의당은 향후 국회일정 불참을 선언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 운영 모두 차질을 빚었다. 일주일 뒤인 7월13일 청와대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냈다. 임 실장은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나 '머리자르기' 발언을 사과했다.

추경 심사는 재개됐다. 남은 건 내용 심사였다. 야3당은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내용을 극구 반대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예결위 간사 들이 서로 물밑 협상을 지속했지만 심사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한국당을 뺀 나머지 여야 3당이 추경 처리에 뜻을 모았다. 당초 추진된 공무원 증원 비용 80억원 등은 일부 삭감됐다. 추경안은 7월22일 토요일 새벽이 돼서야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 과정도 만만찮았다. 같은 날 오전 9시50분부터 열린 본회의에서도 한국당이 도중 퇴장해 정족수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두 시간이 지난 오전 11시54분이 돼서야 추경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추경안 제출 후 꼬박 45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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