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김영태씨(69)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명동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지체 3급 장애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지난 14일 낮 12시. 장애인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일평균 11만5863명, 지난해 10월 기준)로 향했다. 1시간 동안 장애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발달·지체장애인 위주로 찾아야 하는 한계는 있었다.
꼬박 30분을 헤맨 끝에 지체장애인 1명을 만날 수 있었다. 모자를 쓰고 전동 휠체어를 탄 채 명동거리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고 통성명을 했다. 이름은 김영태씨(69), 지체장애인 3급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옷가게. 계단만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들어가기 어렵다./사진=남형도 기자
명동 신한은행부터 밀리오레까지 이어진 큰 골목 내 가게 출입구를 살펴보니 총 70곳. 이중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돼 있거나 턱이 없는 곳은 39곳(55%)에 불과했다. 10곳 중 약 5곳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 31곳(45%)은 휠체어가 진입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어보였다. 턱이 높았고, 계단으로 돼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지하로 뚫려 있었다. 건물 안으로 진입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 등만 설치돼 있어 다른 층으로 올라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철저히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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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는 더 가혹해보였다. 건물 앞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는 곳이 전체 중 4곳(5%)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형건물들이나 경찰서 등이었다.
김씨에게 두번째 질문을 던졌다. 생계는 잘 해결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김씨는 "살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의 주요 생계수단은 한 달에 50만원씩 받는 지원금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약값 등으로 많이 나간다고 했다.
김씨는 "거리노점 등이라도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살만할 텐데 50만원만 던져주고 알아서 살라는 식"이라며 "일자리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가게에 설치돼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대부분 가게가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김씨를 보낸 뒤 같은날 오후 1시가 넘을 때까지 장애인들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던 대학생 이모씨(25)에게 "장애인이 주위에 없는 것이 의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