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인텔 드론쇼 보다 현대차 '넥쏘'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2018.03.0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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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경기 외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미국의 인텔이 보여준 개·폐회식에서의 드론(무인기)쇼가 아닐까 싶다. 한편에선 온갖 규제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대한민국의 드론산업이 안타깝다.

안타까운 것은 또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현대차가 시승 운영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NEXO)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동계올림픽 기간에 70대의 수소차를 풀어 시승도 하고 전시회도 열었다. 수소전기버스를 제공해 셔틀 서비스도 했지만 특정 기업의 홍보행사 정도로 치부되고 끝났다.



현대차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보급에 나선 수소차 넥쏘는 인텔이 보여준 드론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서도 그렇고 위기에 몰린 국내 자동차산업이 돌파구를 찾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화두는 친환경차다. 친환경차의 대표는 전기차와 수소차고 현대차가 내놓은 넥쏘는 지금까지 세계시장에 나온 수소차 중에서 최고 성능의 자동차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첫 양산 수소차인 ‘투싼 ix35’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넥쏘를 내놓았다. 넥쏘는 5분 이내 짧은 충전으로 600㎞ 넘게 주행해 경쟁 제품인 일본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를 크게 앞선다. 현재 시장에 나온 전기차들이 한번 충전으로 300~400㎞를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2배다.

특히 현대차가 만든 수소차 넥쏘는 전기차와 비교해도 친환경적 효과가 훨씬 큰 ‘궁극의 친환경차’ 또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 할 만하다.

넥쏘는 연료인 수소를 넣으면 산소와 만나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오염이 전혀 없는 자동차인 것은 물론이고 공기 중 산소를 포집하는 과정에서 공기정화 효과가 있어 미세먼지 해결 대안으로까지 거론될 정도다. 실제로 넥쏘 1만대만 보급되면 나무 60만그루에 해당하는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전기차가 근본적으로 석탄이나 원자력을 통해 전기를 얻는 한 결국은 지구 전체에 엄청난 환경 부담을 주는 것과 달리 넥쏘 같은 수소차는 석유화학 등의 제조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친환경이다. 현재 국내 산업에서 나오는 부생 수소량이 연간 160만톤 규모고 40만톤 정도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데 이 40만톤만 활용해도 연간 200만대의 수소차를 운행할 수 있다.

물론 넥쏘로 대표되는 수소차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비싼 차량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현재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10여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싼 차량 가격은 초기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으로 풀어주고 중장기적으론 기술개발과 대량생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충전소 인프라 문제도 1곳당 30억원 정도 드는데 100곳 정도의 충전소를 갖춘다 해도 3000억원이면 충분하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비용을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보다 늦게 수소차시장에 뛰어든 일본은 이미 100곳에 가까운 수소 충전소를 갖췄다. 중국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 충전소 1000기 이상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양산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도 대기업 특혜 시비나 걱정하는 등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일본 중국 등이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스스로 보석을 보석으로 알아주지 않는데 다른 누가 우리 제품을 쳐다보겠는가. 우리는 지금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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