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도 도난도~ 블록체인이 다이아몬드를 지킨다!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18.02.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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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꾸는 블록체인] ⑧ 160만개 다이아몬드가 등록된 블록체인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다이아몬드 한 개가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원석 채취 후 연마 회사가 다이아몬드로 가공하고 중간수집상→ 딜러 → 도매상 → 소매상을 거친 뒤에야 소비자의 손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다이아몬드의 감정 기준은 연마정도, 크기(캐럿), 컬러, 투명도 등인데 크기 외에는 감정사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종이로 된 감정서는 분실·위조 우려도 있다. 다이아몬드는 감정서가 없어지면 가치 재산정이 복잡한데 이를 악용해 판매상과 감정사가 짜고 분실처리한 뒤 감정서를 위조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만 보석 보험사기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매년 20억 달러(약 2조1000억원).



그런데 2015년 창업한 영국의 스타트업 에버렛저(Everledger)는 블록체인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전 세계 160만개 다이아몬드가 현재 이 회사 블록체인에 등록돼 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을 통해 어떻게 다이아몬드 유통구조를 확 바꿀 수 있었을까?

우선 원석 채굴회사는 원석의 크기, 산지, 어느 연마회사로 갔는지 등의 정보를 블록으로 등록한다. 다음으로 연마회사가 다이아몬드를 가공한 뒤 세계적 감정기관 GIA로부터 감정서를 받아 관련 정보를 블록으로 추가한다. 그러면 에버렛저는 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40군데를 측정해 그 결과 고해상도 사진을 다시 해당 다이아몬든 블록에 등록한다. 이후 수집상, 도매상, 소매상 등도 소유권이 넘어올 때마다 블록이 추가된다.



위조도 도난도~ 블록체인이 다이아몬드를 지킨다!
소비자 역시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뒤 구입 사실을 블록에 등록하는데 에버렛저는 이 다이아몬드가 기존에 등록된 것과 동일한지 감정서를 비교해 다이아몬드 주인으로 저장한다. 이 모든 정보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요약하면 다이아몬드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숨겨놓는 게 아니라 어떻게 가공되고, 유통됐는지 모두 공개하는 것이다. 참여자 모두가 이 다이아몬드를 누군가 훔쳐가지 않는지, 위조하지 않는지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찰과 보험사도 블록체인에 참여한다.

만약 누군가 다이아몬드를 훔치면 어떻게 될까? 다이아몬드 주인 A가 도난당한 뒤 경찰, 보험사에 신고하면 해당 다이아몬드 블록에는 '분실'이라는 정보가 추가되고 참여자들에게 공유된다. 도난을 당한 A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다면 소유권이 보험사로 넘어갔다는 정보도 등록된다.


도둑 B가 훔친 다이아몬드를 팔려고 보석상을 찾았다면? 보석상이 구입 정보를 네트워크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이 다이아몬드가 분실된 것임이 밝혀진다. 실시간으로 경찰과 보험사가 이 정보를 전달받고 B는 검거된다. 다이아몬드는 보험사에 넘겨진다.

만약 A와 B가 보험금을 목적으로 꾸민 일이라고 해도 다이아몬드의 소유권이 보험사로 넘어간 것을 네트워크 참여자가 알기 때문에 사기를 줄일 수 있다.



에버렛저 창업자 린 켐프는 "광산에서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눈에 보이는 기록들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신뢰감을 주는 것, 이것이 블록체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제문제로 지적돼온 '블러드(blood) 다이아몬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분쟁국이 아이들을 동원해 다이아몬드를 채굴한 뒤 이를 팔아 전쟁 비용으로 쓰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다이아몬드가 불법적으로 생산됐는지, 밀수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싱가포르 다이아몬드 국제거래소는 2017년 6월 에버렛저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다. 이 거래소는 일반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다이아몬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2016년 설립됐다. 순도만 측정하면 되는 규격화된 금과 달리 다이아몬드는 가치 산정이 복잡해 투자 대상으로는 어려웠는데 블록체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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