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보호무역 강화, 현지 우호세력 확보가 필수"

머니투데이 사회=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최우영, 정혜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8.02.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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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상무관 좌담회]거세지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전략 논의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2018년 상무관 지상좌담회. /사진=이기범 기자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2018년 상무관 지상좌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참석자: 여한구 미국 상무관, 주영준 중국 상무관, 문동민 일본 상무관, 이규봉 호주 상무관, 김규성 독일 상무관, 윤진영 브라질 상무관, 박근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상무관
-사회: 강기택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수입규제, 국제 금융시장과 환율 변동성 확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국내 생산물량 축소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한국의 철강제품에 53%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현실화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품목으로 보호무역 전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됐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자국중심주의가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이 전방위적으로 막힐 가능성도 크다.



머니투데이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나가 있는 상무관들로부터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통상 현안이 많은 여한구 미국 상무관은 좌담회를 마치고 미국으로 복귀했다. 여 상무관은 25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회= 올해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입규제 조치 확대 등 통상·무역 환경이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실제 현지에서 체감하는 건 어떤가.
여한구 미국(워싱턴) 상무관.여한구 미국(워싱턴) 상무관.
▶여한구 미국 상무관(이하 여 상무관)=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한(對韓) 수입규제는 총 31건이며, 신규조사 개시건도 총 8건이다. 지난 10년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232조에 따른 철강수입 안보영향 조사, 16년 만에 개시된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 등 새로 도입된 수입규제의 주요 타깃이 한국 기업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주영준 중국 상무관(이하 주 상무관)= 미국의 대중국 수입규제조치, 한반도 핵문제 등 정치·경제적 관계,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중관계가 현재 정상화 궤도로 가고 있지만, 중국 역시 자국 산업보호와 육성을 위해 취하는 조치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동민 일본 상무관(이하 문 상무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해 일본 정부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통상 압력 완화를 위해 ‘일미관계 강화 행동계획’을 수립해 민관합동으로 일미관계 중요성을 미국에 인식시켜 나가고 있다.
문동민 일본 상무관.문동민 일본 상무관.
▶이규봉 호주 상무관(이하 이 상무관)= 호주도 말콤 턴불 총리가 호주 우선(Australia First)을 주창하고 있다. 반덤핑의 경우 지난 1월 기준 현재 7개 한국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부과하고 있는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철강의 경우 자국 회사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수입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규성 독일 상무관(이하 김 상무관)= 우리와 경제구조가 유사한 독일이 최근에는 구체적 피해도 미미하고, 자국 내수 상황이 워낙 좋아서 소극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굉장히 단호하게 EU의 대표라는 자세로, EU 차원에서 대응해 왔다. 9월 총선 이후 정부구성이 끝나면 프랑스의 마크롱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무역 갈등 심화 등 통상 전쟁이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미국이 일본·호주·인도 등을 포함한 이른바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주영준 중국 상무관.주영준 중국 상무관.
▶여 상무관= 중국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시장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간주하면서 수입규제 조치, 301조 조치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주 상무관= 최근 중국 상무부가 미국 232조 발동이 실현될 경우 미국에 ‘필요한 대응 조치’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대일로의 키워드는 ‘연결성’으로, 중국과 협력이 적었던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물동량을 키워서 서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동남아, 동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많이 의존할수록 미국 등의 견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상무관= 호주는 중국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중국발 자본의 침투를 막는 등 경계하려는 모습 많이 보인다. 큰 이유는 환태평양지역 주도권으로, 지난해 이미 일대일로에 참여 안 한다고 선언하고 외교백서를 통해 중국 견제·미국과의 동맹강화를 분명히 했다.

이규봉 호주 상무관.이규봉 호주 상무관.
▶박근오 ASEAN 상무관(이하 박 상무관)= 우리나라는 어차피 무역을 통해 살아가야 하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수많은 국제관계 속에서 연결성과 실리를 따져 보고 그 안에서 해결해나가야 한다.

-각국 통상 압박에 맞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여 상무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한국 우호세력 구축을 위해 대미 아웃리치(접촉)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자연스러운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식약처와 FDA(식품의약국), 환경부와 EPA(환경보호청) 등과 통상분야가 아닌 산업·에너지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또 수입규제 대응을 위해 한미 협단체간 교류를 활성화해 우호적 여론 형성 등 노력해야 한다.

▶주 상무관= 잠재적인 통상마찰과 압력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대중수출의 상당 부분이 중간재 수출이고, 한국 투자기업이 중국의 경제와 수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수입규제조치가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전기차 배터리보조금 등)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중국 소관 부처와 적극 소통하면서 신속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 상무관= 일본은 미국이 빠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11개국을 이끌어가는 등 글로벌 다자무대에서 역할들을 키우고, 이를 통해 보호무역의 확산을 피해가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 모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근오 ASEAN 상무관.박근오 ASEAN 상무관.
▶박 상무관= ASEAN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와 정서상으로도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ASEAN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비관세 장벽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고 경제협력의 폭과 깊이에서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윤진영 브라질 상무관(이하 윤 상무관)= 미국과 중국이 기침 한번 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리는, 편중된 교역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브라질 등 남미는 경제가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FTA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만든 뒤 시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올해 초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데 이어 철강 제품 수입 제한 카드까지 꺼내 보이고 있다.

▶여 상무관= 한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으로, 안전하고 신뢰가능한 철강 공급국이다. 안보를 이유로 한국산 철강의 수입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 이미 철강 대미 수출의 81%가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규제 적용을 받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안보영향을 이유로 추가적으로 철강 수입이 제한된다면 한미 동맹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조만간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어야 할까.

김규성 독일 상무관.김규성 독일 상무관.
▶주 상무관= 한중 FTA 후속협상(서비스투자)은 일반 상품에 대한 개방협상보다 중국 제도와 관행, 업무처리절차 등 실제 비즈니스 환경을 더욱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협상 전 과정에서 업계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투자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주요 수출국 통상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신남방정책 등으로 활로를 찾아나갈 계획이다.

▶박 상무관= ASEAN 현지에서 체감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각축은 한국에서 느꼈던 것보다 치열하고 심각하다. 중국, 일본과 규모 면에서 직접 경쟁은 어렵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ASEAN의 풍부한 노동력, 자원을 이용하고자 접근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기술이전, 부품·소재 현지화와 같은 이익공유(mutual benefit)를 위한 노력을 진정성 있게 지속해 나간다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국 청년 실업의 돌파구로 해외 취업이 떠오르는데, 각 국가별로 지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또 청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한다.
윤진영 브라질 상무관.윤진영 브라질 상무관.
▶여 상무관= 단기적으로 다수의 미국 유학생이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업준비 활동 등을 도와줘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인 별도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1만5000개 확보가 중요하다.

▶주 상무관= 취업된 이후 안정적인 일자리가 되었는지 여부까지 사후 모니터링 하는 게 필요하다. 일정기간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실제 취업여건이나 직장 내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멘토링 서비스가 필요하다.

▶김 상무관= 유럽 지역의 기업은 채용에 있어 면접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취업시 필요한 현지어 이력서 작성, 인터뷰 노하우 등면접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윤 상무관= 브라질은 임금수준만 비교했을 때, 기업의 임금수준이 우리 기업 및 글로벌 기업의 70-80% 정도이기 때문에 청년들도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박 상무관= ASEAN 역시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경우 우리 청년이 취업했을 때 급여 수준이 기대치보다 상당히 낮다. 청년들도 처음부터 만족할 만한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기 보다는 현지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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