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막았단 생각에 뿌듯"…전통시장 지킴이 된 '전선맨'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8.02.2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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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현석 LS전선 기술개발본부 전력시스템연구그룹 주임연구원

이현석 LS전선 주임연구원이 산본시장에서 전통시장 전기 안전점검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LS전선이현석 LS전선 주임연구원이 산본시장에서 전통시장 전기 안전점검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LS전선


"기본 사항만 준수해도 전기 화재사고의 95% 이상은 예방된다고 생각해요. 콘센트 혹은 전기설비 주변은 먼지가 많으면 불꽃이 튈 수 있어 항상 청소를 잘 해줘야 합니다"

유독 안타까운 화재사고가 많았던 올 겨울을 떠올리며 전통시장에서의 화재예방 안전수칙은 어떤 게 있을지 묻는 질문에 이현석 LS전선 기술개발본부 전력시스템연구그룹 주임연구원(36)은 무심코 한 행동이나 습관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2014년 LS전선 전력시스템연구그룹으로 입사했다. 제품 및 계통 진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된 제품이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며 특히 전력설비 절연진단 기술에 관여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LS전선은 지난해 말부터 '전통시장 전기 안전점검' 재능기부 사회공헌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이 활동에는 이 연구원의 아이디어도 한 몫했다.



이 연구원은 "구미사업장 근무 당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불이 나 많은 피해를 냈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다"며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같은 활동을 대표께 제안드렸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였지만 명노현 LS전선 대표이사(사장)도 이같은 제안에 공감,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에 힘을 얻은 이 연구원은 지난해 5월과 7월, 화재사고를 겪은 서문시장과 인천 소래포구 시장 등을 직접 방문해 시장환경 및 상인들의 전기사용 애로사항을 조사했다. 명 사장이 적극 지원키로 결정하면서 같은해 9월 구미 중앙시장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LS전선 직원들은 전통시장 전기 안전점검을 월 1회 이상 진행하는데 현재까지 돌아본 곳만 동해 북평시장, 광주 양동시장, 안양 명학시장, 군포 산본시장, 군포 역전시장 등이다.

점검은 보통 한 개 시장당 약 3일이 소요된다. 현장답사를 통해 필요한 인력·자재를 준비하고 2~3일차에는 개별점포를 방문해 안전점검을 진행, 취약 설비 등에 대한 보수 및 교체 등의 조치를 진행한다. 시장 규모에 따라 LS전선 인력이 4~10명 정도 규모로 조를 짜 움직인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점검 중 사고 직전상태의 노화 혹은 불량상태의 설비를 발견하고 화재를 막는데 도움이 됐을 때다.

이 연구원은 "어르신 혼자 운영하시는 한 식당에서는 누전차단기가 새카맣게 타 있었던 적도 있고, 또 다른 전통시장 한 방앗간에서는 오래된 전등과 전등 연결선이 새카맣게 타 있었다"며 "점검하지 않았다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미리 발견해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전통시장 내 일부 식당은 전기선에 조리용 철재집게나 국자 등 조리기구를 걸어 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피복이 손상·합선돼 불이 붙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받아 부하 사용량은 적당한지, 노후된 설비는 없는지 확인하면 안전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긍정적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가는 게 이 연구원의 바람이다.

그는 "함께 일을 진행하는 동료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며 "가까운 곳을 조금만 돌아보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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