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건 다 얼굴 '덕분'이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02.2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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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얼굴의 진화와 인간 본성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건 다 얼굴 '덕분'이다


"나이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이 한 말이다. 얼굴의 미추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회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는 표정 하나로 그 사람의 심리를 읽기도 한다. 얼굴에서 풍겨오는 느낌이 때로는 면접 당락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저 눈, 코, 입이 붙어있던 신체 일부에 불과했던 '얼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인생의 거울'로 진화한 걸까.

얼굴의 진화와 인간의 본성 사이에 얽힌 복잡 미묘한 관계를 밝힌 책이 나왔다. 미국의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애덤 윌킨스가 평생을 간직해 온 얼굴에 대한 흥미와 진화적 관심을 결합해 인간 얼굴의 진화를 둘러싼 장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모든 동물에게 얼굴이 있다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얼굴의 정의를 '입과 한 쌍의 눈이 있는 머리 앞쪽 면'으로 한다면 분류학자들이 구분하는 30여종의 동물 중에서 갑각류와 곤충류를 포함하는 '절지동물'과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만이 얼굴을 갖고 있다.

책은 5억 년 전 무악어류(턱뼈가 없는 어류)부터 유악어류, 양서류, 포유류, 영장류, 유인원류에서 현재의 인간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얼굴의 역사를 추적한다. 분류학상 얼굴을 가진 동물은 단 두 종 뿐이라는 점에서 가장 고등한 동물이다. 얼굴은 동물계에서 참신한 진화적 산물이었고 이 진화는 수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그중 인간의 얼굴이 가장 특이하다. 근육의 움직임과 감정 표현 측면에서도 다른 포유류와 확연히 다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얼굴이 진화해서다.

얼굴의 진화는 곧 두뇌의 진화다. 두뇌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얼굴 형태는 다른 동물과 달라졌다. 두뇌가 커지면서 이마가 생겼다. 툭 튀어나온 주둥이가 축소되면서 풍부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주둥이 뒤에 위치했던 눈이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면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보고(눈) 냄새 맡고(코) 맛보는(입) 3가지 감각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 개체에 대한 정보를 얻는 출처라는 사회적인 기능도 더해졌다. 자신의 얼굴 표정을 만들고,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타인의 표정을 읽음으로써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다.

"사회성은 사회성을 부른다." 인간들 사이에 사회성이 중요해질수록 얼굴을 더욱 진화했고 진화한 얼굴로 인해 복잡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이제껏 당연시 여겨왔던 명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봄으로써 인간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서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책은 1~10장으로 구성했다. 1~5장은 인간 얼굴과 얼굴의 초기 진화적 기반을 소개하는 형태적 변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6~10장은 본격적인 진화의 역사를 다루며 영장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사회성의 요구가 얼굴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지 설명한다. 전문적인 수준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해가 쉽도록 배경지식을 곁들이고 특정 주제 별로 보충 설명 상자까지 더하는 저자의 친절함이 곳곳에 담겨 있다.

저자는 그동안 얼굴에 대한 수많은 학술 및 대중 서적이 나왔지만 진화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다룬 책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 책 이전에 얼굴 진화를 다룬 최근 책이 1929년 윌리엄 그레고리의 '어류에서 인간까지 우리의 얼굴'이라고 했다. 거의 90년 만에 제대로 된 얼굴 진화 연구의 결정판을 만나게 된 셈이다. 과학적 측면에서 얼굴 진화의 역사, 사회적 측면에서 얼굴의 역할, 미래 인간의 얼굴 등 그야말로 '얼굴의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이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672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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