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최저임금委 정상화 위해 고개 숙인 어수봉 위원장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02.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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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남은 임기 내 쟁점사항 풀어내려 고개 숙였으나 여전한 노사간 입장차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3차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의 사퇴 요구 관련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3차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의 사퇴 요구 관련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전체의 임금제도에 대한 중요한 결정 사안을 논의하는 만큼 국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0일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어수봉 위원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지난달 31일 회의가 근로자위원들의 위원장 사퇴 요구 때문에 파행으로 끝난 지 3주 만에 열린 회의였다. 올해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위해 예정된 마지막 전원회의였다.

게다가 어 위원장을 포함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원 27명 중 25명이 4월에 임기가 종료된다.이 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에 대한 제도개선안을 내놓지 못하면 산업현장의 혼란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어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근로자위원들에게 자신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며 회의 정상화를 위해 주력했다.



근로자위원들이 사퇴를 요구한 이유는 어 위원장이 언론인터뷰에서 밝혔던 최저임금 인상과 산입범위 등에 대한 개인적 의견 때문이었다. 어 위원장은 올해 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질 경우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회의 정상화가 우선이란 판단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하기 보다 먼저 사과를 했다. 지난달 31일 사퇴 요구를 받았을 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내 거취를 표결에 부치라”던 그는 지난 8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며 오해를 풀려 애썼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마무리해 소임을 다하겠다는 책임감의 표현이었다.

어 위원장은 이날 “객관적으로 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오히려 사용자위원들이 제게 사퇴요구를 할 줄 알았다”면서도 위원들에게 “저에 대한 신뢰와 동료애로 감싸준 점에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 위원장의 통 큰 사과에도 불구, 이날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에 대한 노사 간 대립각만 세우는 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근로자위원들은 깊은 논의를 위해 더 많은 회의가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마무리 짓지 말 것을 여전히 주장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2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시간끌기’를 통해 친노동성향 인사들이 공익위원으로 위촉되길 기다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세금으로 전문가 제도개선 TF를 꾸려 만든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 최소한의 합의안만큼은 이번 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했다. 위원장이 보여준 유연함과 근로자위원들의 뻣뻣함이 대비됐던 회의는 3월 7일에 한번 더 회의를 열기로 하고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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