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아파트, 30년 넘어도 재건축 못한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2.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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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조건부 재건축' 나오면 공공기관이 재검증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개선 전(왼쪽)과 후(오른쪽) 비교. /자료제공=국토교통부재건축 안전진단 제도개선 전(왼쪽)과 후(오른쪽) 비교.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라도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재건축이 어려워진다.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임의대로 재건축에 나설 수 없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 사전절차인 안전진단을 강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과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절차의 첫 단추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 여부가 결정된다.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채우면 소재지 시·군·구는 민간 안전진단기관에 해당 아파트 단지의 진단을 의뢰할 수 있다.

진단 결과는 점수대 별로 △30점 이하 ‘재건축’ △30점 초과 55점 이하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 ‘유지보수’ 판정이 내려지며, ‘재건축’ 또는 ‘조건부 재건축’을 받아야 재건축에 나설 수 있다. 조건부 재건축은 치명적인 구조결함은 없지만,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역 주택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재건축을 결정할 수 있다.



국토부는 안전진단을 받은 단지의 90% 이상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지만, 이들 상당수가 시기 조정 없이 재건축에 나서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안전진단 과정에 공공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참여하도록 해 공공성과 객관성을 확보했고, 구조안정성 평가 기준도 강화했다.

안전진단 전 현지조사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공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참여 공공기관들이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려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 안전진단에는 통상 3~4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적정성 검토 과정을 추가하면 기간은 1개월 정도 더 늘어난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는 구조안전성 점수를 기존 20%에서 50%로 상향한다. 40%를 차지했던 주거환경은 15%로 비중이 낮아진다.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항목도 기존 30%에서 25%로 낮췄고, 비용분석 항목은 기존 10%가 유지됐다.

다만 구조안전에는 이상이 없지만 주거환경 부문에서 최하점을 맞으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진설계 미반영 등 재난에 취약한 아파트는 별도의 간소한 절차를 거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현행 방식이 계속 적용된다.

개정안은 오는 21일 입법예고를 거쳐 빠르면 3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강화된 규정은 개정안 시행일 이후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불필요한 재건축이 도시 기반시설 부담 가중이나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전문가 등 의견수렴을 거쳐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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