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구글·보잉 美 주식 선호…북핵 리스크는 '화들짝'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배규민 기자 2018.02.2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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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VVIP 투자 엿보기②]안정성 못지않게 성장성도 중시…해외주식은 분리과세로 절세 매력 높아

편집자주 가상통화에 반토막 나고, 급락 증시에 치인다. 손에 쥔 것 없는 청년, 은퇴준비라곤 돼 있지 않은 중장년들의 흔한 비극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 다진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거액을 굴리는 이른바 '실버VVIP'들의 세상은 다르다. 이들의 투자세계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MT리포트]구글·보잉 美 주식 선호…북핵 리스크는 '화들짝'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좀 커질 수 있겠네요. 고객님 말씀대로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것도 좋고요."

노년층 거액자산가를 전담 관리하는 NH투자증권 건대역 WM(자산관리)센터에는 2월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실버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극소수 상류층)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이들은 직관적으로 최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조정기를 추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김형표 NH투자증권 건대역 WM(자산관리)센터 팀장은 "조정장이 생각보다 빨리 오자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추가 매수해 매입 단가를 낮추려는 고객이 많다"며 "주식투자 금액이 10억~50억원에 달할 만큼 거액자산가"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감각은 누구보다 예민하고 결정도 민첩하다.

서지형 한국투자증권 건대역지점장은 "큰 흐름 상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투자를 결정한다"며 "오랜 투자 경험에서 얻은 뛰어난 직관력과 정보력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의 근간"이라고 진단했다.



'잃지 않는 투자'를 지향하지만 성장성도 중요시한다. 가격에 비해 추가 상승 여력이 둔화됐다고 판단하면 삼성전자와 같은 대장주라고 해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거나 차익실현 매도에 나선다.

반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성장주에 대한 선호도는 꽤 높은 편이다. 구글이나 애플, 보잉 등이 실버VVIP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해외 주식이다.

김명실 미래에셋대우 건대역WM 선임매니저는 "이를테면 고배당주인 보잉은 배당 수익과 매매 차익,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등 3가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매수한다"고 설명했다.


거액자산가들에게 해외 주식 투자는 절세 수단이기도 하다. 해외 주식은 매매차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고 양도소득세 22%만 적용(분리과세)한다.

예컨대 구글 주식에 투자해 1000만원을 벌었다면 기본공제(250만원) 한 750만원에 대해서만 22%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한 금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1.8%의 세율을 부과(종합과세)하는데, 해외 주식 차익에 대해선 금융소득과 별도로 분류해 단일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소득이 많은 실버VVIP가 안정적인 국내 채권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절세 효과가 큰 해외 주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바이오주는 실버 VVIP에겐 비선호주로 분류된다. 바이오주는 미래 성장성을 토대로 주가가 형성되는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점이 기피 요소다.

예외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85,000원 ▲1,000 +0.13%)의 경우 상장 직후 14만원대에 매수해서 44만원에 매도해 큰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김형표 부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불확실성이 큰 신약개발과 달리 실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고, 삼성그룹 계열사란 점이 매력적"이라며 "이 때문에 실버 VVIP들은 같은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보다 삼성바이로직스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약점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적 긴장감이 증폭되면 일반 투자자와 달리 매도 신호로 해석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 증권사 PB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여서 일반인들에겐 무덤덤한 대북 리스크가 부각되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 때문에 같은 값이면 삼성전자보다 구글, 애플과 같은 미국의 대표기업 주식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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