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국민연금 前 CIO "그 자리 누가 맡으려하겠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02.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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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7명 중 2명만 임기 채워…"국민연금 1000조원 시대, CIO 권한 보장·보상 시급해"

이찬우 국민연금 前 CIO "그 자리 누가 맡으려하겠나"


"전임자 중 1명은 구속됐고, 3년 밖에 안 되는 임기를 제대로 채우는 경우도 드뭅니다. 운 좋게 임기를 마치더라도 3년 동안은 재취업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근무지는 지방이잖아요. 그 자리를 선뜻 맡으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국민연금 CIO(기금운용본부장)를 역임한 이찬우 국민대 특임교수(사진)는 19일 정부가 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 나선다는 소식에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5대 CIO을 맡았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생기고 재임한 7명의 본부장 중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2명 중 1명이다.

이 전 본부장은 "600조원이 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CIO라는 중책을 맡기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며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절대로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안에 국민연금 기금규모가 1000조원을 넘게 되는데 제대로 된 CIO를 뽑지 못하는 것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CIO 권한이나 임기 보장, 퇴임 이후 3년 동안 재취업 금지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본부장은 현행 지배구조 체제에서는 국민연금 CIO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국민연금 운용은 CIO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하지만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산하에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만큼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이사장과 CIO가 갈등을 일으킨 사례는 적잖다. 그는 "현 지배구조에서는 행정적으로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며 "권한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인 임기도 최대 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전 본부장은 "CIO 임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조직 안정 측면에서도 임기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IO 취업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법과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CIO는 퇴직 이후 3년간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그는 "수십년간 공직에서 일해 온 고위 공직자에게나 어울리는 규정을 민간에서 일하다 잠깐 공직을 맡는 CIO에게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려면 그에 상응한 대접을 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수선한 기금운용본부의 분위기를 잘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이 CIO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파동으로 전직 CIO가 구속되면서 조직 내부에 불신이 팽배해 있다"며 "조직원들을 잘 도닥거려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CIO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늘어날수록 해외투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리스크를 통제하면서도 해외투자 비중을 늘릴 능력이 있는 CIO가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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