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에 글로벌 기업들 '울상' "부채 부담 커졌다"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2018.02.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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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저금리 대출에 달러 대거 차입했던 신흥국 기업들, 단기 대출 많아 당장 상환에 어려움 직면

달러 강세로 각국 기업들이 부채 상환에 애를 먹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서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증가해 '신용도 저하'에 몰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이 은행과 기관투자자로부터 달러로 빌린 자금은 21조856억달러(약 2경25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 기업을 제외한 각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는 4분의 1에 해당하는 5조9150억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2배 가량 많다.

달러화 자금이 대거 대출된 데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가 한 몫 했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양적완화(QE) 정책을 폈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적극 반응했다.



특히 신흥국의 달러 매입이 눈에 띈다. 2017년 말 신흥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는 2조8350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기관투자자와 은행들도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 신흥국에 적극적으로 달러를 대출했다.

문제는 달러 강세다. 기존에 빌렸던 달러 부채를 갚기 위해 새로운 달러를 조달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기존에 차입한 금액보다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2016년 12월 정점을 찍은 뒤 13% 이상 떨어졌지만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향후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을 주요 위기 국가로 꼽았다. 멕시코와 남아공의 경우 10년간 자국 성장률 이상으로 달러화 부채를 끌어모았으나 자원 가격 하락과 정치 혼란으로 성장이 빠르게 둔화되고 신용등급 하락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해당 국가의 기업 평가도 영향을 받는다.

브라질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화 부채가 확대된 나라다. 앞서 지난 1월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브라질의 경우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이를 막을 도리가 없다.



중국도 요주의 국가다. 일본은행(BOJ) 관계자는 "중국의 달러화 부채는 GDP 대비 4%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만 봤을 때 4900억달러로 일본의 약 3배"라고 말했다.

신문은 "무엇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까지 거액의 달러가 들어가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대체로 1년 이하의 단기 대출이 많기 때문에 당장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협회(IFF)는 지난 1월 "신흥국은 2018년 재융자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신문은 "향후 환율변동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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