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전장사업 흑자 특명…"임원 재계약 배수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8.02.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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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못 내면 짐쌀 각오…삼성전자 하만 인수 이후 그룹 내 실적 압박 커져

LG전자 전장사업 흑자 특명…"임원 재계약 배수진"


LG전자 (111,400원 ▲300 +0.27%) 전장(VC·자동차전자장비)사업본부에 연내 흑자 전환 특명이 떨어졌다.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배수진을 친 것이다.

LG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16일 "VC사업본부가 잇따라 적자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안에 흑자 전환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이 세워졌다"며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사업본부 임원진은 재계약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전자 VC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3조4891억원, 영업손실 101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조7730억원, 632억원.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적자가 커졌다.

분기별 실적으로도 2015년 4분기 매출 5204억원, 영업이익 97억원 이후 8분기째 적자 행진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411억원까지 확대됐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1.7%, 2분기 -1.9%, 3분기 -3.3%, 4분기 -4.8%로 1년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LG전자는 2013년 7월 VC사업본부를 신설, 전장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본격 육성했다. 구본무 회장이 VC사업본부의 모체가 된 V-ENS를 LG CNS 자회사로 설립한 것은 이보다 9년 앞선 2004년이다.

이때부터 따지면 14년째, VC사업본부 신설 이후부터 셈해도 5년째 공을 들였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초 쉐보레 순수 전기차 '볼트EV'에 전기차 부품을 대거 공급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연말 흑자 기대감이 컸지만 4분기 적자폭이 오히려 400억원대로 확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초기 비용이 큰 전장사업의 특성상 LG전자는 그동안 적잖은 자금을 투자했다. 2011년 말 VC사업본부의 거점으로 인천캠퍼스를 건설하는 데 3100억원이 들어갔다. 지난해 증설을 결정하면서 23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근무인력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5년 말 3375명이었던 VC사업본부 인력은 지난해 3분기 4058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2016년 말 근무인력은 4607명에 달했다.

LG전자와 초정밀지도 제작업체 '히어'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사진=LG전자LG전자와 초정밀지도 제작업체 '히어'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사진=LG전자
업계에선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최근 움직임이 자극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는 2015년 12월에야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조직 내 자체 사업부만 해도 시장 진출이 LG전자보다 2년 이상 늦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선두업체로 올라선 분위기다.

VC사업본부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3분기부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1~2년 동안 수주해 공급한 부품을 탑재한 차량이 올 하반기 출시되면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수주한 차세대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카메라 공급 계약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VC사업본부가 올해 영업적자에서 벗어나면 내년부터는 흑자 기조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손익분기점까지 2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장사업은 수주가 쌓여 매출이 늘더라도 기술력이 안정될 때까진 개발 비용 부담을 덜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등장한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시장이 이제 개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현재 실적에 지나치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며 "조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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