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명성'황후' 아닌 평범한 여자였다면"…감정이입 눈물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2018.02.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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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명성황후', 카리스마보다 내면 이야기 들려줄 것…고종役 남편 손준호와 시너지 좋아"

/사진제공=쇼온컴퍼니/사진제공=쇼온컴퍼니


"명성황후가 죽기 전 어린 아들을 뒤로 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요! '어두운 밤을 비춰다오'라는 넘버인데, 자신이 평범한 여자로 태어나 남편, 아이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읊조리는 부분이거든요.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명성황후 내면의 이야기이죠. 캐릭터와 배우가 너무나 가까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가사 하나하나 공감돼 울컥해요."



오는 3월6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되는 '명성황후' 23주년 기념 공연에서 명성황후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소현은 본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마지막 장면을 설명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연습 때마다 감정을 애써 눌러보지만 이내 북받치는 눈물에 후배들 보기가 민망하다고. 지난 20주년 공연 때도 숱하게 연기한 장면인데도 이 장면만큼은 무뎌지지 않는다고 했다.

3년 전 무대와 달라진 점은 뭐가 있을까. 그녀는 명성황후의 무게감과 카리스마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크게 보여드려야 하나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명성황후라는 캐릭터 내면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집중하고 있어요. 시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모두가 같잖아요. 저도 남편이 있고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명성황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역사적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관객 분들이 공연을 보시는 동안 잠깐이라도 명성황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이번 공연에서 특히 기대되는 부분은 고종 역을 맡은 남편 손준호와의 호흡이다. 같은 작품과 무대에 서기를 애써 고사했던 그들이지만 그동안 제작진과 팬들의 거듭되는 요청 덕에 고종과 명성황후로 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고 남편은 굉장히 긍정적인 스타일이에요. 오히려 처음 하는 무대인데도 저보다 더 여유로운 남편 덕분에 제가 의지를 많이 하게 돼요. 제가 놓치는 부분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서로 캐릭터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요. 처음엔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요(웃음). 이 작품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밸런스가 매우 중요한데, 실제 부부라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뮤지컬을 접하지 않으셨던 분들이 저희 부부의 호흡이 궁금해서 보러 오시겠다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죠."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 제26대 왕인 고종의 왕비이자 대한제국의 첫 황후였던 명성황후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허약한 국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명성황후의 삶은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소현은 다른 작품과 달리 '명성황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그는 관객과 하나되는 기분이라고.

"지난 20주년 기념 공연 때 객석에서 전해지던 에너지가 얼마나 컸던지, 너무 좋았거든요. '명성황후'만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잘 알려진 실존했던 우리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니까 흐름을 따라가기 쉽고 감정이입도 더 되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리랑 선율만 들어도 감동하는게 있잖아요. 저희 공연 음악도 오페라틱한 부분이 있지만 국악을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 친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배우 김소현에게도 '명성황후'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한 역할을 가장 오랜 기간 연기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 무게감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서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도 생겼다. 3월 개막을 앞두고 설 연휴에도 연습실에서 양가 부모님을 맞이하게 됐지만 즐겁게 임할 수 있는 이유다.

"명성황후는 제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우리나라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것이고, 여배우로 공주 같은 역할만 하다가 명성황후 같은 새로운 캐릭터를 맡게 돼 스펙트럼도 넓어졌고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 이젠 섹시한 역할만 아니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동안 해외 라이선스 작품을 주로 해오면서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한 점이 늘 아쉽고 마음이 무거웠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을 하게 돼 배우로서 뿌듯해요. 관객 분들께도 가슴으로 느끼는 작품과 역할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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