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미국 우선?…올림픽 경기 늦은 밤에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정한결 기자 2018.02.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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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시청자 고려한 경기 시간 편성…"美NBC 방송사 입김" 의혹도

지난해 5월 14일 독일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월드 챔피언십'에서 미국 대표팀(하얀색 유니폼)과 슬로바키아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 모습. /AFPBBNews=뉴스1지난해 5월 14일 독일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월드 챔피언십'에서 미국 대표팀(하얀색 유니폼)과 슬로바키아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 모습. /AFPBBNews=뉴스1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등 일부 인기 종목은 밤 9시에 시작해 11시가 넘어서 끝난다. 밤 10시에 시작해 자정 전후로 끝나는 경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늦은 밤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이유가 미국 방송사의 입김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림픽 경기 일정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스포츠 종목별 국제연맹, OBS(올림픽방송서비스)도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7일 "국제연맹에서 경기 시간을 정하면 IOC가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아이스하키는 하루 3경기를 치를 경우 보통 낮 12시, 오후 4시 30분, 오후 7시에 열린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저녁 경기는 오후 9시로 늦춰져 11시가 넘어서 끝난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이 경기를 끝까지 다 보면 자정 전후에야 귀가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 인기가 높은 북미와 유럽 시청자를 고려한 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이스하키는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많아서 경기 시간 결정 과정에서 그 지역 시간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시간은 개최국 시간 기준으로 우선 정해지지만 미국 방송사 NBC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NBC는 올림픽에 장기간 거액을 투자한 IOC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NBC는 2014 소치, 2016 리우, 2018 평창, 2020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2032년 올림픽까지 미국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IOC와 총액 76억5000만 달러(약 8조300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올림픽 경기 시간에 NBC가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2016 리우올림픽이다. 리우올림픽 수영, 육상 경기는 현지시각 오후 10시부터 열렸다. 리우의 오후 10시는 미국 동부 기준 오후 7시. TV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 시간대(오후 8시~11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스키점프센터 모습. /사진=뉴스1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스키점프센터 모습. /사진=뉴스1
평창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인기 종목인 피겨스케이팅, 알파인·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경기 대부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진행된다. 보통 오후나 밤에 진행되는 종목들이 평창에서는 아침에 시작한다.


반대로 유럽에서 인기 있는 바이애슬론, 스피드스케이팅, 스키점프 등은 오후 8시에 시작해 10시쯤 끝난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보통 낮에 열리지만 평창에서는 오후 8시 이후에 시작한다. 유럽 시각으로 낮 시간대다.

한편 일각에서는 개회식이 오후 8시에 시작하는 것도 NBC의 입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개회식을 낮에 열면 미국 동부 기준 이른 새벽이 돼 시청률 하락을 우려한 NBC가 저녁 시간대를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회식 시간 결정 과정에 NBC, OBS 등 중계 방송사가 참여해 의견을 피력한 것은 맞지만 NBC 요구 때문에 오후 8시로 정한 것은 아니다"며 "개회식 시간을 오후 8시 18분에 맞추고 싶다는 한국의 의견을 반영해 IOC에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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