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정보제공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 9000달러 선마저 붕괴했다. 9000달러 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 54분 전날보다 15%가량 떨어진 8666달러(약 936만원)에 거래됐다.
가상통화 급락은 인도의 규제 소식이 알려진 이후 부쩍 가팔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새 예산안을 설명하며 "가상통화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가상통화의 부정한 이용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의 시세조작 혐의도 악영향을 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의 세계 5위권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비트피넥스(Bitfinex)와 가상통화 스타트업 테더(Tether)는 시세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테더에 대해 1달러로 교환해준다는 조건으로 가상통화를 발행했는데 실제 그만큼의 달러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조사를 위해 두 회사 관계자들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의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해 580억엔(약 5700억원) 규모의 가상통화 '넴'(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을 도난당했다.
한국에서 가상통화 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실종됐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이어 전날 빗썸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큰 악재로 작용했다. 한때 50%에 달하던 김치 프리미엄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해외 거래 가격이 5% 이상 비싸지는 '역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났다.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통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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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김치 프리미엄 실종에 대해 "(가격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팔자'로 몰린 것이 한 이유"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가상통화 시장의 투자 심리가 역전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