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소품샵 '오브젝트' 에 전시돼 있는 '마그넷(자석)' 소품. 재밌는 문구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다./사진=남형도 기자
31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홍대 근처 소품샵 '네모네' 안. 여성 3명이 웰시코기(강아지의 한 종류)가 누워 있는 모양의 배지를 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배지 오른쪽에는 작은 벚꽃 나뭇가지가 함께 달려 있었다. '비밀의 숲'이란 이름의 이 소품의 가격은 3만9000원. 일말의 망설임 없이 한개씩 구매한 이들은 옆에 있는 강아지 모양 배지 3종도 한참을 들여다보다 아쉬운 듯 발길을 돌렸다.
'예쁜 쓰레기'라 불렸던 디자인 소품들에 젊은층이 지갑을 열고 있다. 모양이 예쁘고 귀여워 오감을 자극하지만 실용성은 다소 떨어지는 제품들이다. 평범한 것들에 재밌는 문구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숨을 불어넣은 다양한 소품들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한껏 자극한다. 왜 사냐는 물음에 이들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정서적 만족감'을 이유로 들었다.
홍대 소품샵 '오브젝트' 에 전시돼 있는 와펜 소품. 자수로 만든 글씨를 이으면 멋진 디자인 소품이 된다./사진=남형도 기자
이들 소품은 독특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평범함을 깼다. 홍대 소품샵에 있던 마그넷은 컵·초밥·햄버거·맥주·소주·계란·우유 등에 눈·코·입 등을 그려 넣어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굵은 선으로 단순화하고 다양한 행동을 귀엽게 표현한 스티커도 눈에 띄었다. 먹음직스런 밤을 그려 넣은 배지도 있었다.
홍대 소품샵 '오브젝트' 에 전시돼 있는 도장과 혼밥용 수저, 미니종지./사진=남형도 기자
직장인 김송이씨(33)는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민 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도 풀려 행복하다"며 "늘 같은 공간을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주고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고 답했다. 김씨는 최근 벽에 걸 인테리어 액자를 보고 있다.
홍대 소품샵 '오브젝트' 에 전시돼 있는 한글 브로치와 팔찌./사진=남형도 기자
홍대 소품샵을 찾은 일본인 후지오카 지사토씨는 "일본도 (소품 유행이) 비슷한데 일본어로 된 소품이 거의 없다. 한글이 들어간 소품들이 예뻐서 구경하러 왔다"며 "이런 소품들이 수집욕을 자극한다. 빨리 사서 예쁘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대 소품샵 '오브젝트'는 버리는 잡지, 포스터 등을 활용해 손님들에게 소품을 담아주는 종이봉투로 만든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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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고 색다르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제품에 눈길이 가게 된다.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心)비를 중시하는 소비"라며 "물건의 종류가 적을 땐 별 생각 없이 사는데, 많아지면서 다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청년들이 점점 희망을 느끼는 것이 줄어들고 팍팍해져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거나 행복감을 주는 것들을 더 찾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대 소품샵 '오브젝트' 에 전시돼 있는 강아지 그림./사진=남형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