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사상 첫 산업현장 한랭질환 위험경보 발령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이동우 기자 2018.01.25 16:45
글자크기

폭염과 달리 한파는 법제화된 근로자 보호조항 없어…지침 형태로 현장 전파

/자료=안전보건공단/자료=안전보건공단


전국을 뒤덮은 한파가 이어지자 정부가 사상 최초로 전국의 산업현장에 한랭질환 경보를 발령했다. 그동안 폭염으로 인한 경보 발령은 수차례 있었지만 한파로 인한 경보는 처음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24일 저녁 전국의 건설현장 안전관리담당자들을 상대로 한랭질환 경보를 발령했다고 25일 밝혔다. 대상은 지역별 안전관리자협의체 82곳에 소속된 안전관리자 2345명과 건설업 보건관리자협의체 소속 440명이다.



경보에는 저체온증과 동상 등 대표적 한랭질환의 증상과 응급조치 요령이 담겼다. 아울러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수칙으로 △더운물 △따뜻한 장소 △의복 △휴식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국에 한파가 이어지면서 건설현장에서 동상과 부상위험 증가 등이 우려돼 옥외작업자가 많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보를 냈다”며 “현장관리자 협의체 외에도 지방고용노동청과 지청, 안전보건공단 지역본부와 지사를 통해서 계속 경보를 알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그동안 폭염이 지속되면 온열질환 경보를 각 사업장에 보냈다. 일사병 등으로 거의 매년 사망자와 질환자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2~2016년 일사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1명이다. 201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사망자가 생겼다. 같은 기간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이들은 58명이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제565·566조를 개정해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할 것(휴식)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그늘진 장소를 제공할 것(휴게시설) 등을 법제화했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반면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법조항과 이를 방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었다.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고, 직접적 원인을 한파에서 찾기 힘들었던 탓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사병 등 온열질환과 달리 한랭질환인 동사로 사망하는 경우는 산업현장에서 거의 없다”며 “날씨가 추울 때는 추위로 인한 사망보다는 넘어지거나 추락할 경우의 부상 정도가 심해지는데, 이 경우 추위는 간접적 요인에 불과해 한랭질환 산재로 잡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머니투데이에서 전국의 옥외근로자들이 겪는 추위 속 근로조건을 보도(☞연일 최강한파…‘벌벌’ 야외 노동자, 안전지침 없다)한 뒤 곧바로 사상 최초의 한랭질환 경보가 발령됐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겪는 문제점이 지적당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박정선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극한의 추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손발에 걸리는 동상”이라며 “방한화 지급, 충분한 휴게시간, 보온이 되는 실내에서의 휴식 등에 대한 지침이 환경미화원 등 옥외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기온으로 인한 한파가 앞으로 더 심각해져 여태껏 겪지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옥외작업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에서 만들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