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지 53일 만에 군청색 사복과 올림머리를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2017.5.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에 따라 조만간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 역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됐으니 바로 잡아야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좌파 지원배제 정책 기조가 형성됐고, 김 전 실장은 이 기조에 따라 지원배제 방향을 지시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단순히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 및 우파 지원 확대가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하고 동시에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행위에 공모 가공한 것으로서 공동정범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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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심과 판단과 사뭇 대조된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에 대한 사직 요구는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문체부 보고서 내용을 보고 받았을 개연성이 크지만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 또는 지휘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항소심이 원심과 달리 가장 핵심 쟁점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혐의에 대해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한 유죄 선고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블랙리스트 항소심 판결문을 유죄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수비 회의자료,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 관련 증거들이 다수 제출된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까지 더해진다면 박 전 대통령도 그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1급 공무원을 면직할 때 임용권자의 자의는 허용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와 절차를 갖춰야하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즉 김 전 실장이 합리적인 근거 없어 지원배제 명단 실행에 소극적이거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가깝다는 이유로 이들 공무원들에 대해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김종덕 전 장관에 지시한 행위에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1급 공무원들은 신분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며 박 전 대통령이 인면권 행사에 있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거나 이들을 사직시켜 다른 문체부 공무원들이 지원배제 지시에 순응하도록 만들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이 이 결론을 뒤집으면서 이미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에 대한 사직 요구 혐의와 함께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3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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