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7재개발구역의 모습. 대부분의 건물의 철거가 진행된 상황이다. 건너편엔 재건축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1월 중순에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구역은 유독 추웠다. 골목 안쪽에 있는 한 건물에서 남성 한 명이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대문이 쇠파이프로 둘러져 있어 쪽문으로 몸을 들이 밀었다. 추위에 떨고 있던 사람들이 어서 오라며 반겼다. 철거민들이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7재개발구역의 모습.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쓰여 있는 건물 2층엔 노부부가 살고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1700여 세대가 모여 살던 장위 7구역은 2013년 재개발사업시행인가 고시가 났다. 지난해 재개발사업변경인가고시를 마친 뒤부터 철거가 진행돼 현재 가옥주 5가구, 상가 세입자 6가구가 남아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18일까지 동절기 강제집행을 말아달라는 농성을 벌였다. 추운 겨울에 쫓겨나면 오갈데가 없기 때문이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 발목을 붙잡았다.
변경선 장위7재개발구역 철거민 비상대책위원회 실장은 "외부에선 우리를 돈만 바라는 사람으로 보지만 우린 어떤 특정한 금액을 바란 적이 없다"며 "추운 겨울에 기습으로 철거했다. 절차와 인권을 무시한 철거가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상식적인 보상안과 상생하려는 마음이 보이면 나갈 수 있는데 오갈 데 없는 우리에게 재개발조합, 구청, 서울시 누구도 손을 내밀며 같이 가자고 하질 않는다"며 "생계도 곤란한 상황에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생존권이 무시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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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조합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 했지만 닿지 않았다. 성북구청도 철거민과 조합 양측의 중재에 나서는 등 사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구청은 철거민들이 이주하기로 결정하면 조합측이 철거민에게 걸은 부당입금 청구 소 등의 소송을 취하하는 쪽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한 상태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7재개발구역의 모습. 집집마다 붉은 페인트도 '철거'라고 적혀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철거민들은 9년전 용산참사 때와 지금이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장위동의 한 철거민은 "언제까지고 버티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사람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