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던 표준질량 킬로그램(㎏)에 대한 정의가 130여 년 만에 바뀐다. 올해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선 ㎏ 재정의 안건이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kg) 원기/사진=표준연
국제도량형국(BIPM)은 원기와 공기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밀폐용기 안에 넣어 두고, 다른 저울 추를 조정할 때에도 공인된 복사본을 이용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모두 막진 못했다. 기존 정의를 버리고 새로운 정의를 채택하게 된 이유다.
측정과학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올해 표준 질량과 연계된 전류(A), 온도(K), 물질량(mol) 단위도 물리학의 기본상수를 이용한 새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류는 1948년, 온도는 1954년, 물질량은 1971년 각각 정의됐지만 상수가 아니다.
CGPM은 kg 재정의에 앞서 길이표준인 미터(m)의 정의를 ‘빛이 진공 상태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수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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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근교 세브르에 위치한 국제도량형국(BIPM) 전경/사진=표준연
이 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국제 홍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가 프랑스 파리서 열렸다. 지난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근교 세브르에 위치한 BIPM에선 SI(국제표준단위) 태스크그룹(TG) 4차 회의가 진행됐다. 올해 공표하게 될 SI 기본단위 재정의와 관련한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자리로 1차 회의는 2015년 11월에 열린 바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을 비롯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프랑스 국립실험연구소(LNE), 일본 산업총합연구소(NMIJ),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NPL), 독일 물리기술연구원(PTB) 등 11개 국가측정표준기관, BBC 다큐멘터리 촬영전문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홍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의 홍보 대상은 산업계, 정책입안자, 교사 및 강사, 언론, SI 사용자, 과학에 흥미를 갖는 대중 등 다양하다.
SI 단위 재정의 홍보를 위해 제작한 SI 일러스트레이션/자료=BIPM 홈페이지
한국 대표로 참여한 표준연 시간표준센터 이호성 책임연구원은 “재정의된 kg의 경우 100만분의 1g 정도의 차이라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 과학교과서, 대학 이공계 교재 등에 반영돼야 한다”며 “예상보다 광범위한 범위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며 적용되어야 하는 까닭에 홍보전략을 수년 전부터 수립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건 ‘과학 굴기’를 앞세운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이며 어떤 국가보다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과학기술 영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CGPM을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려 하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