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안보이는 가상화폐 광풍, 靑 콘트롤타워 나서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8.01.1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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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부동산·최저임금처럼 文대통령 언급도 없어…비상상황, 혼선 없애야

법무부 박상기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한다고 밝혀 가상화폐의 시세가 폭락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서비스 센터 앞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법무부 박상기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한다고 밝혀 가상화폐의 시세가 폭락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서비스 센터 앞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비트코인, 가상통화 광풍이다. 지난해 10월 붙은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 광풍을 넘어, 자칫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는 지점까지 다다르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도 안다. 당초 비정상 거품을 인식하는 정도였다면 최근 심각성도 인지했다. 헌데 정책의 고삐를 쥐고 불을 끄려는 최종 소방수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쏟아낸 정부의 '대책'은 먹히지 않았다. 부동산 대책을 비웃듯 이번엔 비트코인 대책이 그렇다. 정부 혼선은 시장의 놀이터를 키운다. 정부의 존재 이유가 ‘위기관리’라면 지금이 그 시점이다. 당연히 청와대가 콘트롤타워여야 한다.



지금까지 청와대의 대응이 완전 낙제인 건 아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다. 메시지에 혼선이 없게 다잡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각 부처에만 맡기면 혼선을 키운다. 부처간 이견이 없다지만 공감 수준도 낮다.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대표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전면 폐지에 방점이 있느냐, 기능을 상실한 거래소가 자연히 퇴출되는 게 목표냐에 따라 메시지는 확연히 달라진다. 비트코인 거래가 불법인지 합법인지 아는 이도 없다. 청와대 스스로, 또 일각에선 '바다이야기'에 비유하며 오히려 논의를 왜곡시킨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을 '광풍'으로 본다는 인식이다. 단 블록체인 기술을 장려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점도 고려한다. 가상화폐 시장의 버블과 블록체인 기술은 별개라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명한다. "가상화폐에 부처간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견이나 혼선이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와 같은 것으로 보는 게 아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은 자연스럽지만 그 자체가 대책이 되진 못한다. 뚜렷한 규정 없는 선언은 놀랄 만큼 다양한 의미를 담는다. 정부는 비트코인의 ‘질서있는 퇴진’을 원하지만 법적 근거 등이 없거나 애매한 상황에서 ‘질서’를 말하는 게 우습다.

새해 들어 가상화폐와 함께 문재인정부 최대 위기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과 최저임금 인상을 다루는 것과도 비교된다. 부동산이나 최저임금은 정부 메시지가 명확하다. 태도는 단호하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이라면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추가대책을 천명한다. 강력한 경고이자 구두개입이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이 지대하다. 장하성 정책실장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관련 경제주체들에게 양보와 결단을 요구한다.


가상화폐 광풍도 심각성이나 경제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다. 비상사태로 불러도 무방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공식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이제라도 청와대가 키를 잡고 나서야 한다. 수차례 관계부처 협의를 한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실에서 확인된다.
특별법을 만들어야 할지, 정부 대책만으로 거품 빼기가 가능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이냐, 범죄냐를 떠나 블록체인 기술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법무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만으로 안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의 목소리도 들려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청와대가 직접 맡아야 한다. "이견이 없다"는 소극적 해명보다 하나의 합의를 만들어가는 적극성이 절실하다.



세상의 변화를 좇지 못한 건 국회도 마찬가지다. 현재 계류중인 관련 법안은 달랑 하나다. 정치쟁점으로 만들기보다 민생경제,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차원에서 종합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투기억제라는 단기 '대책'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국회가 '법률'로 대못을 하나 박아 두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한편 머니투데이는 비트코인 ‘투기 광풍’을 걱정하며 투기를 부추길 작은 부분부터 신중하고자 한다. 그 첫 시도로 가상통화 거래소를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로 부르고자 한다. 거래소라는 명칭이 마치 공식기관이거나, 공적기능이 있는 것이란 착각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 제기와 해결, 갈등해소라는 미디어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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