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해야할 '숙제'…기업별 차등도입 검토 필요"

머니투데이 대담=임상연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이민하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8.01.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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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시대적 흐름…中企·소상공인 우려도 이해"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사진=이기범기자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사진=이기범기자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기를 기업 규모별로 차등화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입니다. 인상된 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에는 지불능력을 갖출 유예기간을 주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연구원(중기연)의 6대 원장으로 취임한 김동열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예상보다 큰 점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기연은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 정책연구기관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개발, 연구기획, 정책평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중기연을 국책연구기관으로 발돋움시킨다는 게 김 원장의 포부다. 중기연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2020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맞춰 중소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전략과 과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성은 유지하면서 세심한 보완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중기연에서 김 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과 정부의 중소기업 경제방향의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거셉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격차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5.7%, 중위임금의 45.8% 정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국가 중에선 각각 19번째, 17번째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지만 앞으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에 대한 차등적용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지불여력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는데 인건비 등 지불해야 할 비용은 크게 늘어서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를 2020년 대기업, 2021년 중견기업, 2022년 중소기업으로 차등화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차등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해 최저임금 1만원 도달 시점에 대한 차등적 접근도 열어두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은 최저임금을 지역·규모·업종별 102개로 세분화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경제상황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속도로 갈 것인가는 하는 문제를 따져볼 수는 있습니다. 인상 여파를 1~2개월 지켜본 후 거기에 맞춰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 해야할 '숙제'…기업별 차등도입 검토 필요"
-정부가 시행 중인 일자리안정자금이 최저임금 연착륙에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어떤 정책이든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고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습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적용규모나 범위 면에서 파격적인 제도입니다. 대상도 직원이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이든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좀 더시간을 두고 정책효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이후 부작용이나 사각지대가 있다면 재조정하고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소상공인들을 만나 일자리안정자금을 설명하다 보면 여전히 정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4대 보험료 등 괜히 지출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냐” “받은 지원금은 되갚아야 하느냐”란 질문도 있었습니다. 정책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하면 혼란은 대부분 없어질 것으로 봅니다.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는 예측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정책 수혜든, 피해든 시장에서 대비하고 반응하도록 일관된 신호를 줘야 합니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도 그런 관점에서 1년만 하고 끝낼 사안은 아닙니다. 일단 시행했으니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도 우리 같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생산성과 연계해서 2011년부터 유지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률이 높은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립니다. ‘일자리 미스매칭’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려면 근본적인 구조를 고치는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중소기업 일자리 만들기가 출발점입니다. 현재 중소기업 일자리는 고용안정성과 임금 등 보상체계가 매우 낮습니다.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만 봐도 20년 전에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77%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63%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누가 중소기업을 가고 싶겠습니까. 좋은 인재가 안 가니 회사 생산성이 떨어지고 지불여력도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 구조가 생겨났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자리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당장은 급여가 적더라도 비전이나 추가 혜택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중점을 둘 역할도 이 부분입니다. 성과공유제나 선취업 후진학 지원제, 병역 대체복무제, 직업연수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 해야할 '숙제'…기업별 차등도입 검토 필요"
-중기연 수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변화의 시기에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여러 이슈가 몰려 부담이 크지만 유일한 중소기업정책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 중심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정책사업만 1500여개에 달합니다. 정책들이 실제로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는지, 앞으로 선택과 집중할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객관적인 기준이 필수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 성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특화한 통계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 관련 고유지표를 개발해 전문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중기연의 역할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임기 내 운영목표는.
▶당장은 현안 이슈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연구·평가역량을 한 단계 높여야 합니다. 전문성 높은 연구를 위해 기존 개별 연구실 단위였던 연구본부를 ‘혁신성장연구본부’와 ‘상생협력연구본부’ 2본부체계로 확대 재편했습니다. 장기 추진 목표도 세웠습니다. 현재 재단법인인 중기연을 국책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해 세계적 수준의 중소기업 정책기관으로 발돋움할 토대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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