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뷔페·패밀리레스토랑, 어려울까?…직접해보니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1.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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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오셨어요②]"혼자라고 신경쓰는 사람 없어"…군중 속의 '고독' 아닌 '행복'

편집자주 이젠 어딜 가나 '혼자서' 무엇인가 하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혼족'의 대중화다. 혼족이 늘면서 혼밥의 영역도 더 넓어졌다. 과거 혼밥족은 편의점, 학생식당, 분식점 등을 찾았지만 이제는 뷔페, 패밀리레스토랑 등을 거리낌 없이 찾는다. 2018년, 혼뷔족(혼자 뷔페가는 사람)과 혼팸레족(혼자 패밀리레스토랑 가는 사람)으로 거듭난 '혼밥족'을 2회에 걸쳐 살펴봤다.

기자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식뷔페에서 홀로 뷔페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은 유리창 너머에서 기자를 찍은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기자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식뷔페에서 홀로 뷔페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은 유리창 너머에서 기자를 찍은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


'혼밥' 뷔페·패밀리레스토랑, 어려울까?…직접해보니
혼자 밥 먹는 데 아무런 거리낌 없는 이들도 주저하는 게 있다. 소위 '혼밥 레벨표'에서 최상급 난이도로 꼽히는 혼자 뷔페(혼뷔)가기나 혼자 패밀리레스토랑(혼팸레) 가기다.

혼자 가길 꺼리는 이들은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은 최소 2~3인 이상 많은 이들과 함께 찾는 곳"이라거나 "친구가 없거나, 이상해 보일까봐" 등의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정말 혼자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는 건 상상 만큼 어려운 일일까. 그리고 두 곳 중 혼밥하기가 보다 어려운 곳은 어느 쪽일까.

◇혼자 뷔페 가보니… "아무도 신경 안쓰고 가성비 좋아"



지난 15일 오후 12시, 홀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한식뷔페를 찾았다.

"혼자요." 말이 끝나자마자 종업원은 기자를 2인석으로 안내했다.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혼자 뷔페 먹기 팁을 활용해봤다. 맞은편 자리에 코트를 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사진=이재은 기자인터넷에서 공유되는 혼자 뷔페 먹기 팁을 활용해봤다. 맞은편 자리에 코트를 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사진=이재은 기자
사무실 밀집 지역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자리가 찼다.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주눅이 들려던 찰나, 인터넷에서 미리 읽고 간 '맞은 편에 코트를 걸쳐놓으라'는 '혼뷔' 팁이 생각났다. 코트를 맞은 편에 놓으니 완전 혼자가 아니라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이 들었다.

음식을 가지러 가기 전 주변을 살폈다. 주변 테이블 중 단 한 명도 기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뷔페답게 꽤나 시끌벅적한 분위기여서, 손님들 모두 본인들 대화소리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첫번째 접시를 집어들었다. '뭐부터 먹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보니 '아 내가 뷔페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샐러드, 파스타, 탕수육 등을 담아 자리로 돌아왔다.

혼자서 뷔페를 먹으니 가장 좋은 건 식사예절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다 먹은 후 함께 온 사람과 음식을 같이 가지러 가기 위해 기다리는 일이나, 먹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애써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좋았다.
기자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식뷔페에서 홀로 뷔페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기자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식뷔페에서 홀로 뷔페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두접시째 먹으며 그동안 바빠 미처 답장하지 못했던 카카오톡 메시지도 찬찬히 훑어봤다. '누구와 함께 있었더라면 휴대폰을 만질 수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접시를 비울 때마다 종업원이 살짝 다가와 다 먹은 접시를 치워가는 것도 좋았다. 굳이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어 거리낄 게 없었다.

마무리하는 의미로 커피와 조각케이크, 파인애플 등을 가져왔다. 단돈 1만3900원에 다양한 음식을 먹고, 디저트에 커피까지 먹으니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식당을 들렀다가 카페에 갔더라면 2만원을 훌쩍 넘겼을 터.

디저트를 먹으며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 재미있는 클립 몇 개를 보면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음식에 둘러싸여 혼자 하고 싶은 걸 하며 한껏 맛을 즐기다가 심심해질만할 때 친구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니 이보다 좋은 게 없었다.
홀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은 기자가 시킨 런치세트 메뉴. /사진=이재은 기자<br>
홀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은 기자가 시킨 런치세트 메뉴. /사진=이재은 기자
◇혼자 패밀리레스토랑 가보니… "제게 오지 말아주세요"

지난 16일 오후 12시, 홀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았다.

"혼자요." 이번에도 2인석으로 안내됐다. 오피스타운에 위치한 데다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 대부분이 동료와 함께 온 직장인들이었다.

역시 그 누구도 기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뷔페와 달리 패밀리레스토랑은 각 테이블 마다 낮은 칸막이가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홀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아 식사중이다. 사진은 관계자에게 부탁해 찍었다. /사진=이재은 기자홀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아 식사중이다. 사진은 관계자에게 부탁해 찍었다. /사진=이재은 기자
외투를 벗어 맞은편 자리에 잘 포갠 뒤 자리에 앉아 찬찬히 메뉴판을 살펴본 후 런치세트를 시켰다. 곧 식전빵부터 샐러드, 식사, 탄산음료, 커피까지 한상 차림이 차려졌다.

음식이 나오고, 음미하려던 찰나 담당 직원이 말을 걸었다. "음식은 입맛에 맞으세요?"

질문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다 드신 에이드, 콜라로 리필 도와드릴까요?", "파스타 소스, 더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식사 다 끝나가신다면 미리 커피나 녹차 준비해드릴까요?" 등.

평소 친구나 가족과 방문할 경우 친절하다고 느껴지던 '담당 서버' 제도가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계속 신경쓰고 있다는 게 편치 않았다.

바쁨 속 어색함이 감돌았다. 여전히 혼자 식사는 여유로웠지만 뷔페에서와 달리 마음이 온전히 편하지 않았다.

해당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는 "나 역시 혼자 식당을 자주 찾는다"면서 "요즘 혼자 오는 고객들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식사를 마친 뒤 나온 기자의 손에는 서비스용 빵과 테이크아웃 잔에 담긴 커피가 들려있었다. 뷔페 보다 비싸긴 했지만 꽤나 만족스런 식사였다.

누군가 다음 번 '혼밥'할 곳은 어디냐고 묻는다면, 기자는 '혼팸레'가 아닌 '혼뷔'를 택할 것 같다.

◇혼자 뷔페 (0~5점)
눈치 정도: 0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았다.)
가성비 정도: 5 (저렴한 가격에 수많은 음식, 디저트, 커피까지!)
총 만족 정도: 5 (앞으로 자주 혼자 뷔페를 갈 것 같다.)

혼자 패밀리레스토랑 (0~5점)
눈치 정도: 3 (담당서버의 존재는 기자를 위축되게 했다.)
가성비 정도: 3 (통신사 할인 등을 받아도 가격이 비싼 편이다.)
총 만족 정도: 3 (또 혼자 찾을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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