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통화 40% 거품가…'김치 거품'부터 잡아야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8.01.09 06:30
글자크기

[같은생각 다른느낌]국내 가상통화 거품가는 한마디로 '의문투성이'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해 12월 정부는 가상통화 규제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거래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등으로 투기 수요를 잠재우고 거래의 안전성·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가상통화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한 듯 가상통화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가상통화 ‘리플’은 국내 거래 주도로 하루아침에 100%나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시장 반응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으나 정부만 몰랐다. 가상통화 거래 시장을 지나치게 만만하게 본 것이다. 가상통화 거래자들은 정부 규제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엄포용으로 치부하고 있다. 거래소는 인력을 충원해 외형 확대를 꾀하고 있고 이번 규제를 제도권 편입을 통한 합법화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이런 역작용은 정부가 가상통화 시세 급등 원인을 오로지 일반인의 투기 수요로만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액이 적은 미성년자 규제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만으로 투기 열풍을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이 너무 안이했다.



현재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추진으로 새로운 투자자 진입이 없는데도 모든 가상통화가 해외 시세보다 40% 이상 높다. 정부 대책이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 시세에 바로 영향을 주진 못해도 최소한 국내 거품가라도 줄였어야 하는데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상통화는 결제·송금 수단으로 이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변동성이 커서 사용가치가 떨어진다. 투기·자금은닉·범죄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되면서 가상통화의 미래가치는 불투명해졌고 언젠가는 가수요로 인한 버블 붕괴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국내 가상통화 가격은 해외보다 40% 이상 높은 거품가로 시한폭탄을 하나 더 안고 있다. 해외 시세조차 버블이라고 하는 마당에 국내 가격은 버블 위에 ‘김치 거품’까지 껴있는 셈이다. 비트코인은 8일 오전 기준으로 해외보다 무려 800만원이나 비싸게 거래된다.


거품가가 높을수록 해외결제·송금 기능은 무용지물이며 시세 하락시 해외보다 손실 위험이 더 크다. 게다가 재정거래 수요를 늘려 외환유출로 이어지고 시세 조작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국내 가상통화 거품가는 한마디로 의문투성이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국내 거품가는 프리미엄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높으며 시세가 내리는 약세장에서조차 거품가가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거품가를 포함한 가상통화 시세가 모든 국내 거래소 똑같이 움직인다. 이를 개인간 수요·공급 법칙이나 재정거래 여부로 설명하기는 극히 부자연스럽다.

만일 국내 가상통화 거품가가 실제 거래자들의 수요·공급이 아니라 세력들의 시세조작이라면 가수요로 인한 버블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가상통화거래소에서는 서버다운, 해킹, 정보유출 등이 반복해 발생했다. 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세조작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가상통화 거래에서 스스로 사고파는 ‘자전거래’가 많고 프로그램에 의한 인위적 조작이 의심되지만 누가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하는지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통신판매업체에 불과한 가상통화거래소는 거래 시스템 운영에 대해 전혀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설령 시세조작이 의심스런 거래가 있어도 거래소나 관공서 어느 곳에서도 보고나 제재를 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부가 거래내역 실태조사도 없는 깜깜이 상태에서 가상통화 대책을 내놓으니 시장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핵심을 비껴난 변두리만 치지 말고 국내 ‘김치 거품’ 의혹부터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상통화거래소 거래내역 실태조사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은닉과 이동이 쉬운 가상통화 특성상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에 민·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국내 ‘김치 거품’의 원인부터 밝히지 않는다면 투기 열풍은 잡을 수 없고 설령 가상통화거래소를 폐쇄해도 불법행위를 용인하고 도망갈 길을 터줄 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