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盧의 부엉이 바위" 언급, 신년사부터 꼬인 환경부

머니투데이 세종=정혜윤 기자 2018.01.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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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환경부 장관 신년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엉이 바위 언급했다 논란되자 삭제 후 재배포

 김은경 환경부 장관 (환경부 제공)2017.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환경부 제공)2017.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를 언급했다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어제(1일) 봉하에서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묘역을 참배하면서 부엉이 바위에서 내디뎠던 노무현 대통령의 한 걸음이 그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이어 "지난 겨울 눈, 비 속에서 광화문을 내딛던 촛불 시민들의 한발 한발 역시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이었겠지요"라고 했다.



신년사 초안은 이날 오후 5시4분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김 장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만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인 만큼 환경부 직원들이 다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였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무위원인 장관 신년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엉이바위를 언급한 부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물론 김 장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각별하다. 김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환경특별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때 민원제안비서관, 지속가능발전비서관 등을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으로 환경부를 이끌고 있다. 그런 김 장관이 신년사에 이런 표현을 써서 논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신년사 초안에 '참배'를 '참해'로 잘못 썼다.

환경부는 수정본을 오후 5시45분 다시 보냈다. 이후에도 기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환경부는 한 시간만인 오후 6시9분 관련 문단을 아예 삭제한 최종본을 발송했다.


이와 함께 "신년사가 시간관계상 초안을 배포해 드린 것으로 최종본을 방금 배포했다"며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 문자를 보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년사 중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관련 부분을 지우고 다시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부분이 장관의 신년사로 알맞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번복한 셈이다.



김 장관은 신년사에서 "환경부가 더 이상 힘없는 부처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라며 새로운 시작을 주문했지만 본인이 직접 쓴 신년사가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있다"고 말했지만 그 이전에, 장관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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