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청 설립하자”…데이터 전략적으로 수집해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01.1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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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국부다]③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 인터뷰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혁신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빠른 시일 내에 ‘데이터 경제’로의 체질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사회 구조상 삼성과 같은 민간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죠.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그래서 데이터를 합법적·전략적으로 모으는 ‘데이터청’ 설립을 추진하자는 겁니다.”

‘데이터 경제’란 간단히 말해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를 사고파는 상품으로 보고, 데이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마련 중이다. EU(유럽연합)도 데이터를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보고 ‘유럽 데이터 경제육성안’을 내놨다.



김창경 교수/사진=홍봉진 기자 김창경 교수/사진=홍봉진 기자


이처럼 데이터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오픈소스 운동과 같은 오픈 데이터 정책을 수립하고,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우리는 경험이 없는 데다 각종 규제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해외 ICT(정보통신기술) 공룡기업처럼 데이터를 모을 전략적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 경제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리고 있다”며 “데이터청을 통해 공공기관과 지방정부, 민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공개할 기반을 닦고, 서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한편, 데이터 개방에 대한 보상책 및 지원 제도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 3.0 등 공공데이터 개방·공유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 잇따라 시행됐지만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데이터 표준 미비, 공개 데이터에 대한 세부 지침 부재로 쓸만한 데이터는 얻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데이터 사용자 입장인 민간기업에선 공공기관·지자체마다 제공하는 데이터 포맷이 일치하지 않아 이를 취합해 사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에선 정확한 수요 파악이 안 되는 데다 데이터 개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어 혼란만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데이터 경제 구축을 위해 우선 공공안전·헬스 등 데이터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인명사고가 빈번한 대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전국 어디에 몇 대나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지, 크레인을 안정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기상·지형적 요인에 대한 분석 데이터는 갖춰져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이런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돼야만 담당자가 판단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을 적극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그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경제의 대표적 모델로 GE의 클라우드 기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 꼽았다.

프레딕스는 SW 개발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형 플랫폼(PaaS)로 항공기 엔진, 발전소, 열차 등의 기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의 데이터들을 수집·분석해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로 에어아시아는 GE의 프레딕스를 활용, 1000만 달러(약 107억원)의 비행기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바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규모 제조업체였던 GE는 최근 가전과 금융 등의 사업분야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을 효율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엔진의 문제를 다 모아 프레딕스가 제시한 솔루션으로 해결한 에어아시아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대규모의 설비분야에서 프레딕스가 활용될 것”이라며 “이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게 비즈니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내 벤처업계도 데이터 경제라는 메가 트렌드에 올라탈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배달 전문 앱의 경우 몇 시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메뉴의 주문이 많이 발생한다 정도의 데이터는 보유할 정도로 엄청난 플랫폼이 돼 있을 것”이라며 “그런 정보를 잘 가공해 파는 게 더 훨씬 더 많은 이윤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개인정보의 유통·활용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그것은 데이터청이 맡을 역할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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