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17년 팬덤은 차별화된다.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ARMY)’가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팬클럽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는 의식을 공유한다. 전적으로 능동적이다. 직접 ‘짤’을 만들고 홍보한다. 그리고 소통한다. 대형기획사가 할 일을 팬덤이 ‘직접’ 해낸다. 이들은 수요자이자 공급자다.
출연자의 감성이 아닌 시청자의 감성이다. 특히 30~40대 주부들이 열광했다. 자식, 조카 등을 떠올리고 감정 이입을 했다. 직접 투표하고 밤을 새웠다. ‘아이돌’은 중고생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은 허황된 수식어가 아니었다. 1등을 한 강 다니엘이 얻는 표만 157만표가 넘는다. 워너원 멤버가 된 11명이 얻는 표의 총합은 1100만표를 웃돈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표가 1300만표, 홍준표 후보의 득표수가 785만표인 것을 감안하면 팬덤의 힘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게 성공했다. 기획사가 만들고 그 가수에 열광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팬덤이 만들고 팬덤이 지키는 새로운 형태의 탄생이었다.
그 팬덤은 공고하고 단단하다. 계속 진화한다. 속도도 빠르다. 쉽게 ‘문빠’로 치부해 버리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행태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렇게 논평한다고 해서 박사모와 2017년 팬덤이 같아지진 않는다. BTS의 팬덤, 워너원의 팬덤을 보고 조용필의 오빠부대와 같다고 비교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팬덤의 본질은 ‘능동’과 ‘직접’이다. 이는 거간꾼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의 민주주의’를 토대로 하는 정치권, 정보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는 언론 등과 팬덤의 부닥침은 어찌보면 필연적일 수 있다. 능동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과 수동 방식을 즐기는 정치와 언론의 부조화다. 그 언론의 한 구성원으로 2017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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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팬덤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한다. 공격성과 배타성으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이다. 팬덤은 직접 소통하며 ‘확장’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소통이 아닌 공격, 확장이 아닌 배격으로 흐는 순간, 팬덤은 그저 ‘빠’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