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1심 재판부는 △최순실씨(61)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이 부회장의 3가지 뇌물혐의 가운데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자금출연 부분에 대해서만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출연 규모가 가장 컸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는 무죄로 봤고, 승마지원 혐의는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같은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특검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단순뇌물 혐의만 적용했던 승마지원 부분에 제3자 뇌물죄 혐의, 제3자 뇌물 혐의만 적용했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는 단순뇌물 혐의를 각각 추가했다. 법리상 허점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특검 입장에서 단순뇌물죄는 삼성 측이 제공한 각종 지원과 혜택이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된 것이라는 점만 입증되면 유죄로 인정될 수 있지만,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2014년 9월12일 0차 독대는) 절대 없었다"며 "기억을 못한다면 내가 치매일 것”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또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에 대해서도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요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해준 것이 없다"며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이 같은 시도를 항소심 재판부가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부회장 측 진술의 신빙성에 타격을 주기 위해 특검이 제시한 '0차 독대'와 관련해 증인으로 나온 안봉근 전 비서관은 정작 '0차 독대'가 이뤄진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증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또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공소장을 네차례나 변경한 것을 두고 유죄 입증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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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1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묵시적 청탁'을 이번에도 받아들일지 여부다. 일각에선 최근 대법원이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서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 22일 대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친구인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넥슨 주식, 차량 이용 대가, 여행경비 등을 받은 데 대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포괄적 뇌물죄'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