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화해치유재단 설립·위안부 기록물 예산 중단 지시" (종합)

뉴스1 제공 2017.12.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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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화해치유재단 등 점검 결과 발표
피해자 현금 수령 권유…한일합의 긍정적 측면 부각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7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박옥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왼쪽 두번째)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최종 보고서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하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17.12.27/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27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박옥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왼쪽 두번째)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최종 보고서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하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17.12.27/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여성가족부가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예산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내부 점검에서 드러났다.

또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로 출범된 '화해치유재단'은 철저히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설립·운영됐으며, 이 과정에서 재단측은 생존 피해자 등 당사자들에게 한일합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화해치유재단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에 대한 점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효식 여가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일합의 후속 조치로 외교부를 통해 내려온 '신속하게 재단을 설립하라'는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설립·운영 과정을 거치다 보니 여러 과정과 절차가 기존의 일반적인 재단 설립 과정과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념사업 과정에서 각종 잡음과 관련해서는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사업을 정부 주도로 하다가 방향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음을 문서나 담당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 7월21일부터 재단설립 과정과 재단의 생존피해자 대상 현금지급사업,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 중단 등 그간 외부에서 문제가 제기된 사항들을 중심으로 실시됐다.

◇"조용히, 신속하게" 朴 지시에…여가부 '속전속결' 재단 설립


재단설립 과정에서 위법한 내용은 없었지만, 대통령 지시사항을 필두로 재단설립을 위한 절차가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등 과거에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확인됐다.

먼저 한일합의 직후인 2015년 12월30일 개최된 관계부처회의에서 외교부는 설립절차와 추진일정 등을 포함한 재단설립 계획안을 제시했다. 이때 소관부처를 상대로 한 별도의 협의는 없었으며 재단등록 부처는 여가부로 명시됐다.



이듬해 1월6일 박 대통령이 여가부에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뒤, 그달 29일 재단 설립을 위한 민관 태스크 포스(TF)가 발족됐다.

3~4월쯤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재단설립 방식, 피해자별 지급액 결정, 국내외 정치상황, 일본 출연금의 거출 시기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설립이 늦어져 그해 7월28일 재단이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여가부는 보통 신청일로부터 평균 20일이 걸리는 법인설립 허가를 5일만에 처리했다. 설립 허가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인사무실의 임대차계약은 여가부 직원이 대리로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실장은 "일반적으로는 재단 대표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돼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위임장을 통해 재단 직원이 대리로 체결한다"며 "화해치유재단의 경우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신속히 설립과 운영을 하려다 보니 재단 직원들이 완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가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여가부는 그해 8월30일 재단 인건비와 관리비 등 운영비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예산을 통해 지원했다. 당시 재단은 관련 사업 수행실적이 없는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의 심의조차 받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국고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

◇피해자에 현금 수령 권유한 재단…'합의 긍정적 측면' 부각



재단은 생존한 피해자와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동안에는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 안했는데 합의할 때는 관여를 인정했다"며 한일합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거나, "받을 건 받아야 한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해 주지도 않는다"며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

외교부와 여가부, 재단 관계자 등은 2016년 1~6월 생존 피해자들에 대해 평균 4~5차례, 최대 7차례에 걸쳐 면담을 실시한 뒤 지급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총 34명에게 현금을 지급했다. 사망 피해자 유가족 중에는 58명에게 현금 지급이 완료됐다.

지급신청서는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당사자가 직접 작성했으나, 피해자가 노환이나 문맹 등의 이유로 작성이 어려울 때에는 보호자가 대리로 작성했다.



최대 7차례에 걸쳐 재단 측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존 피해자가 심적인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할머니들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한 것은 아니라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단에서 현금의 의미와 지급 과정을 설명하고 필요하면 현금 수령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며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그런 것들이 할머니 입장에서는 부담이 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고령이나 언어의 제약으로 인해 자신들이 지급받는 현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동의했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2017년 마지막 수요시위 '빈의자에 새긴 약속'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소녀상과 300개의 빈의자 위에 참가자들이 헌화한 꽃이 놓여 있다. 2017.12.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2017년 마지막 수요시위 '빈의자에 새긴 약속'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소녀상과 300개의 빈의자 위에 참가자들이 헌화한 꽃이 놓여 있다. 2017.12.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색 없애라" 朴지시에 '위안부' 기록물 등재 예산 끊어



여가부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지원예산을 끊은 배경에도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2015년까지 관련 예산을 지원해왔으나 2016년부터는 지원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는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추진 원칙으로 정부지원이 부적절하고 정부지원 시 관계국의 반발로 오히려 심사에 불리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1월6일 "유네스코 등재 지원사업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관여하지 말고 추진 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애도록 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전달되면서 사업 지원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실장은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방안에 대해) 여가부와 청와대가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이 유네스코 등재 정부지원은 한일합의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후 여가부에서 (예산 지원이)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게 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무산이 사업 지원 중단과 유관한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등재 지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사안이 있으므로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그런 과정에서 (사업 지원 중단 등) 여러 가지를 검토했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같은 점검 결과에 부쳐 "한일합의 발표 이후 재단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며 "현금지급 사업 집행 과정에서도 할머니들께 갈등과 심적인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 추진시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재단 운영방향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 수사 의뢰나 재단 해산 여부, 추가적인 사실 확인 등 후속 조치에 대한 계획과 방향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윤 실장은 "(재단 해산은) 형식적으로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며 관계기관 등의 논의가 전체적으로 필요하다"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유사 사례들을 분석해서 맞는 조치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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