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투자한 바이오벤처, 열 계열사 안부럽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7.12.2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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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제약사들, 바이오투자로 잇단 기술수출 대박

"제대로 투자한 바이오벤처, 열 계열사 안부럽네"


중견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를 통해 잇달아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성공 방정식을 새롭게 써가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최대주주인 한올바이오파마 (37,400원 ▼650 -1.71%)는 최근 스위스 제약사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체신약 후보물질 'HL161' 개발권을 5억250만달러(약 5400억원)에 수출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3000만달러(약 320억원)를 비롯해 5년에 걸쳐 연구비 2000만달러(약 210억원)를 받는다. 임상 단계별로 4억5250만달러(약 4900억원) 마일스톤은 별도다.



로이반트는 북미와 중남미, 영국과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전역에 걸쳐 독점 생산과 판권을 획득했다. HL161 임상 1상은 내년 3분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기는 대웅제약 지분 투자 2년반만의 일이다. 대웅제약 (121,300원 ▼800 -0.66%)은 2015년 5월 1046억원을 투자해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30.2%를 획득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이후 이렇다 할 신약 파이프라인이 없던 대웅제약으로서는 갚진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케토톱으로 유명한 한독 (14,170원 ▼30 -0.21%)도 대웅제약처럼 바이오벤처 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한독에 투자 성과를 안겨준 곳은 제넥신 (8,700원 ▼340 -3.76%). 한독은 2008년 비상장사였던 제넥신에 2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얼마전까지 350억여원을 투자해 지분 22.3%를 확보했다. 한독은 최근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제넥신 지분 일부를 280억여원에 처분했다. 그러고도 잔여 지분은 19.5%에 이른다.


한독이 투자 결실을 거둔 건 제넥신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고 주가에도 가치가 반영돼서다. 제넥신 연구개발 성과는 최근 중국 아이맙(I-Mab) 바이오에 면역치료제 지속형 인터루킨7에 제넥신이 개발한 hyFc 기술을 융합시킨 하이루킨 기술을 5억6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기술수출 하면서 두드러졌다.

인터루킨7은 면역세포인 T세포 증식과 기능에 필요한 물질. 하이루킨은 현재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이 추가될 예정이다.

제약업계는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늘려가는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본에 목마른 바이오벤처와 기술이 필요한 기존 제약사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이 바이오니아, 테라젠이텍스, 엔솔바이오 등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동아에스티가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과제 공모에 나선 것 모두 비슷한 맥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시간과 인력, 자본을 두루 투입하기보다 유망한 벤처 기술 또는 경영권을 사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성공적 결실을 맺는 곳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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